美 매티스·폼페이오 남북군사합의 평가 '온도차'

이배운 기자
입력 2018.11.02 01:00
수정 2018.11.02 07:17

“합의 전적으로 지지” vs “대체 무슨 생각이냐”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강경파·온건파 입장차 빚는듯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데일리안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남북군사합의서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합의 내용에 큰 불만을 표출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 31일(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끝난 직후 한미 국방부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이견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남북군사합의서를 전적으로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모든 세부사항에 대해 조율하고 있고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가 있다” 며 “모든 이슈들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군사합의 일부 내용에 대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 격분하며 강한 항의의 뜻을 표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남북 경계선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해 연합군의 대북 정찰능력을 약화시키고, 한미연합훈련 및 미군 전력 전개를 제한할 수도 있는 조항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합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공유가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데일리안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 핵심 외교·안보 인사의 입장차가 판이하게 갈리는 것은 매티스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 간의 불화가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해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당시 대북 군사옵션 대신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싣는 등 온건파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잦은 의견충돌을 빚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초강경파 인사로 분류되는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파워대결’에서 밀리면서 오는 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중론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매티스 장관의 사퇴설과 관련된 질문에 “그는 좋은 사람이다. 우리는 관계가 매우 좋다”면서도 “나는 그가 일종의 민주당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떠날지도 모른다”며 경질을 예고했다.

군·외교가 안팎에서는 매티스 장관이 물러나고 또다른 강경파 인사로 대체될 경우 한미동맹 및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외교·군사 행보에 제동을 걸어주는 역할이 사라지면서 우발적인 계기로 인해 한반도 분위기가 급격하게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매티스 장관의 후임자로는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잭 킨,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강경파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보다 호흡이 잘 맞는 인사들로 라인을 재정비해 향상된 팀워크를 바탕으로 북핵 협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아울러 대북 초강경 인사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간접적으로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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