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독식했던 면세점협회장 2년째 공석…“선출 방식 개선돼야”

최승근 기자
입력 2018.09.19 06:00
수정 2018.09.19 06:09

2004년 협회 설립부터 2016년까지 롯데면세점 대표가 회장 역임

특허 관련 특혜 논란에 정치권 셀프징계 논란까지 겹치며 협회장직 기피 현상

서울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모습. ⓒ데일리안

지난해 기준 연간 14조원 규모의 면세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면세점협회장직이 2년째 공석이다.

2004년 협회 설립 이후 2016년까지 내리 롯데면세점 대표가 협회 회장을 독식하면서 업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지적이 이어지자 당시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가 회장직을 사임한 뒤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의 독주 체제도 막이 내린 만큼 협회장 선출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2016년 9월 1일자로 한국면세점협회장에서 물러났다. 장 대표는 '일신상의 사유'를 들며 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설립 이후 장 대표가 물러날 때까지 롯데 출신이 협회 회장직을 독식하면서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셀프 징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협회장은 업계 내 부당한 금품수수 행위 등에 대해 관세청에 행정처분을 건의하도록 돼 있지만, 협회장이 면세점 대표를 역임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지겠냐는 것이다. 고양이게 생선가게를 맡겨놓은 것이란 의미다. 실제로 롯데가 협회장직을 독식하는 동안 협회의 행정처분 건의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당시 문을 닫고 있던 월드타워점의 재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이 끼칠 것을 우려해 장 대표가 회장직을 내려놓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일각에서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증인으로 국회에 불려나갈 것을 우려해 사임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전년도인 2015년 11월 특허 재승인 심사에서 두산, 신세계 등에 밀려 2016년 6월 말 폐점했다. 이후 2016년 10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에 재도전해 폐점 6개월 만에 월드타워점의 문을 다시 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고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하면서 롯데의 불운도 시작됐다.

그동안 롯데면세점이 협회장을 독식할 수 있었던 것은 2010년 협회 정관이 변경되기 전까지 업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의 대표가 회장을 맡는다는 내부 규정 영향이 컸다.

여기에 각 법인마다 1개의 의결권을 갖도록 돼 있어 4개의 면세점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의 영향력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면세업계를 대표해야 할 회장이 롯데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였다.

2016년 장 대표의 사임 이후 면세점 특혜 관련 의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연결되면서 전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자 면세업계 전체가 위축되면서 회장 자리는 2년째 공석으로 남게 됐다.

면세점협회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공항 면세품 인도장 문제나 입국장 면세점 문제 등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사안에 대한 협회 차원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업계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올해 18조~20조원 규모로 면세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대한 지적인 셈이다.

업계는 회장 선출 방법에 대한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면세점 대표가 협회장을 줄곧 맡아오면서 업계 안팎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계속된 점을 반영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롯데의 독주 체제에서 신라, 신세계 등으로 시장 영향력이 분산된 만큼 앞으로는 선출 방식을 개선해 롯데 독식 구조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롯데면세점의 독주 체제가 막을 내리고 시장점유율이 낮아지면서 이제는 협회 회장 선출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협회에서 회장 선출 방법을 바꾸기 위해 정관 등 행정적인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르면 연내에 새로운 회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