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이사회 잠정 연기…노사 자구안 합의 시간 벌어

박영국 기자
입력 2018.02.26 18:34
수정 2018.02.26 21:14

채권단 경영정상화 약정서 체결 연기…날짜 특정 짓진 않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와 법정관리를 좌우할 이사회 개최가 잠정 연기됐다. 회사측의 경영정상화 방안(자구안)을 놓고 노사 합의가 지연되면서 채권단이 당초 26일로 예정했던 ‘데드라인’을 일단 미뤄준 셈이다.

26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회사 이사회는 당초 이날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MOU)를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지난달 26일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자구노력과 이행 약속’을 전제로 차입금 1년 연장과 함께 이자율 인하 등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대신 노사가 자체적인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하고 성실한 이행을 약속하는 MOU를 1개월 내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MOU 체결 실패시 이미 결정했던 차입금 연장 등의 유동성 대책을 무효화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까지 노사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유예 기간을 둔 것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일단 26일 이사회는 미뤄졌고 추후 개최 일정을 특정하진 않았기 때문에 잠정 연기로 보면 된다”면서 “자구안과 관련해 노사간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한을 넘겼다고 상황을 종결시키지는 않겠다는 게 채권단의 의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는 자구안의 주요 내용인 고통분담 자체에는 동의한 상태다. 지난 21일 노사 협상에서 임금 삭감 대신 일부 반납을 통해 회사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대화가 진전됐었다. 복리후생 축소 등 주요 사안에 대해서도 대부분 의견일치를 봤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유력 인수자로 중국 더블스타가 언급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노조는 협상을 중단하고 외국기업으로의 매각을 반대한다며 자구안 동의를 거부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허리띠를 졸라 매고 고통 분담을 감수하겠지만 해외에 매각될 것이라면 그런 노력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노사는 이날 채권단의 데드라인이 임박한 상황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수차례 정회를 거듭한 끝에 결국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이날 저녁까지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채권단에서 일부 진척상황이 있다고 판단해 이사회와 약정서 체결 날짜를 잠정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측 관계자는 “오늘 저녁 늦게까지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고,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내일도 다시 노사가 머리를 맞댈 것”이라며 “회사의 법정관리행을 막기 위해 노조를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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