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미지근한 개헌' 입장에 거세지는 정가 공세
이슬기 기자
입력 2017.02.27 06:30
수정 2017.02.27 06:44
입력 2017.02.27 06:30
수정 2017.02.27 06:44
여야, 당내 비주류까지 합세해 개헌 공세
정가 시선은 '문재인 입'으로
정치권에 부는 '개헌론'은 대선 전 태풍으로 번질 수 있을까. 관건은 대세론의 주인공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여야의 협공이 계속될 경우, 문 전 대표가 이를 마냥 무시하기만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권 차원의 비선실세 게이트, 대통령 탄핵 사태가 곧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정치권 안팎으로 형성됐다. 하지만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진영의 셈법이 제각각인 만큼, 개헌이 즉시 실현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지지율 1위 후보인 문 전 대표의 입만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판급 후보가 움직이지 않는 한, 개헌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문 전 대표의 입장은 ‘대선 전 개헌’ 대신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르자는 것이다. 개헌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지만, 대선 전 정계개편을 막기 위한 의도는 확고하다.
반대로 신속하게 개헌을 해야 한다는 그룹의 경우, 각각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정권교체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 △문 전 대표에 대항하는 진보 진영으로 분류된다. 물론 선거와 무관하게 개헌 자체에 대한 소신으로 움직이는 그룹도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파 의원들의 ‘표면적 이유’는 동일하기 때문에 명확한 구분은 쉽지 않다.
특히 정권연장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대선 전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다소 무리한 일정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엔 간판급 후보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대선 전 개헌과 거리를 두고 있어 당과 후보 간 입장 차이가 난다.
다만 공통점은 또렷하다.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이 현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이슈를 통해 '개헌 대 호헌‘ 구도를 만들고 △이를 문 전 대표에 대한 공세의 매개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원내 3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와 ‘차기 대통령 임기 3년’을 공통분모로 한 개헌 연대를 구축한 상태다. 지난 22일에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개헌 단일안을 만들기로 공식 합의했다. 사실상 개헌을 고리로 정당 차원의 '반문(반 문재인) 연대'를 만든 셈이다.
내부 공세도 이어졌다. 민주당 내 비주류 그룹 의원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와 유력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공개적인 압박에 가세했다. 여기엔 야권의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해 '경제민주화와 제왕적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대대적으로 '개헌 워크숍'을 개최하는가 하면, 내달 초에는 의원총회에 개헌을 핵심 안건으로 올려 내부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당 대선주자들과 지도부가 다른 정당에 비해 개헌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물론 문 전 대표의 입장에는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그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끼리 모여 개헌 방향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만한 태도"라며 "저는 내년 지방선거 때 함께 국민투표를 하자는 로드맵을 밝히는 등 여러 차례 입장을 낸 바 있다"고 못 박았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22일 당 공식회의 석상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논의하는 자리에 제1당을 빼고 합의한 들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3당 원내대표가 모였다면 너무 정략적이고 대선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한 집중공세가 계속되면, 문 전 대표로서도 적잖은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의 최대 이슈는 권력구조 개편에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문 전 대표가 설사 대선에 승리한다 해도, 개헌의 명분까지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임기 3년 대통령’에 그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표는 앞서 “지금 임기단축을 말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며 "지금 임기 3년 임기단축을 말한다면 다음 정부는 그야말로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하기 위한 과도정부라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데,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대청산과 개혁을 해내려면 오히려 5년 임기도 짧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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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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