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과 성(性), 인간의 근원에 관하여…연극 '좋은 이웃'

이한철 기자
입력 2017.01.06 15:17
수정 2017.01.10 08:42

2016 창작산실 연극 우수작품 선정

"의식적인 행동 뒤 무의식이 세계 접근"

연극 '좋은 이웃'이 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한다. ⓒ 데일리안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근원의 행동 2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먹는 것과 섹슈얼리티가 아닐까요."

연극 '좋은 이웃'의 구태환 연출은 매 장면마다 배우들이 음식을 먹고 있거나 섹슈얼리티가 포함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좋은 이웃'은 낯선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 욕망을 다룬다. 시골에 살며 문명을 접하지 못한 부부 정기와 경이, 문명을 떠나 시골 농가로 이사를 온 예술가 부부 서진과 차련이, 이들은 서로에게 문명의 대비를 느끼고 욕망과 본능을 드러낸다.

구태환 연출은 6일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일상의 의식적인 행동이나 언어 뒤에는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가 있다고 믿어 봤다. 그리고 무의식에 들어가면 최종으로 남는 게 뭘까 고민을 해봤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밖으로 꺼내놓기 어려운,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지나치게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구태환 연출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심리 추리극의 힘을 빌려 이를 극복해낸다.

구태환 연출은 "극의 구성이 시간진행에 따라 순차적으로 하는 게 일반적인데,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서 관계들을 알아보는 작품이다. 그래서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파헤치면서 원인이 뭔지 알아가는 맛이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연극 '좋은 이웃'이 7일 개막을 앞두고 프레스콜을 통해 언론에 공개됐다. ⓒ 데일리안

인간의 욕망을 그린 심리 추리극인 만큼, 배우들에겐 고도의 내면 연기를 요구한다. 게다가 자극적인 대사나 장면이 많아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다.

서진 역을 맡은 박윤희는 "기존 작품과 다른 새로운 작품이어서 어려웠다"면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데 스킨십이 많아 쉽지 않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체를 많이 쓰는 선생님(?)을 모셔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경이 역의 조하영은 "여배우로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면서 "18금 연극이다 보니까 그에 대한 대화나 분석이 오고갔는데 그때마다 음란하거나 야하다고 얘기하지 않고 서로를 맑은 사람이라고 얘기해줬다"고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무대와 음악은 미니멀리즘으로 최대한 심플하게 표현해 의미전달의 명확성을 부여하고, 무대 천장에 파격적으로 거울을 배치시켜 인간의 실존이 드러날 수 있게 의도했다.

구태환 연출은 "거울을 보고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데, 외면뿐만 아니라 내가 몰랐던 내면을 비춰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면서도 "하지만 관객들은 거울이 배치된 것에 대한 의문을 갖고 공연을 볼 거다. 각자 그 의미를 생산해서 돌아가실 거라 믿는다"고 해석의 여지를 남겨뒀다.

한편, '좋은 이웃'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2016 창작산실 연극 우수작품으로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은 바 있다. 7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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