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만 4차례 '군 행보'…연평도 코앞까지 온 김정은, 왜?
하윤아 기자
입력 2016.11.14 19:40
수정 2016.11.14 19:43
입력 2016.11.14 19:40
수정 2016.11.14 19:43
서해 최전방 갈리도와 장재도 군부대 방문하며 남북 긴장 수위 높여
대북전문가 "국면전환 용도로 실제 재래식 도발 감행할 가능성 충분"
서해 최전방 갈리도와 장재도 군부대 방문하며 남북 긴장 수위 높여
대북전문가 "국면전환 용도로 실제 재래식 도발 감행할 가능성 충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1월 들어서만 총 4차례에 걸쳐 연달아 군부대 시찰에 나서고 있다. 그간 주민들의 실생활과 관련한 병원과 공장 등을 시찰하며 '민생행보'에 초점을 맞췄던 북한 최고지도자가 최근 들어 '군 행보'에 주력하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서해 최전방에 위치한 갈리도 전초기지와 장재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갈리도와 장재도는 지난 2010년 북한군이 포격을 가한 연평도에서 북서쪽으로 각각 4.5km, 6.5km 떨어져 있다.
보도된 사진에는 김정은이 직접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하거나 감시소에서 망원경으로 전방을 살펴보는 모습이 담겼다. 군부대를 둘러본 김정은은 이후 박정천 포병국장(소장)으로부터 갈리도 전초기지를 포함한 서남전선 포병부대들의 '연평도 타격임무 분담내용'을 보고받고, 새로 만든 '연평도 화력타격계획 전투문건'을 승인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의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현지 지도한 이후 2개월만인 이달 초 군 행보를 재개했다. 앞서 지난 4일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부대 시찰을 시작으로, 9일 제1344군부대와 11일 서부전선 마합도방어대를 연이어 방문했다. 13일 갈리도 전초기지와 장재도방어대 시찰까지 더하면 11월에만 총 4차례 5곳의 군부대를 다녀간 셈이다.
특히 북한은 이번 군부대 시찰에서 김정은이 군인의 가족들과 자녀들까지 돌보는 장면을 이례적으로 연출해 인민친화적인 모습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매체는 "군인들과 군인가족들의 열광의 환호에 따뜻이 손저어주시며 어린이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시던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정항명 어린이를 알아보시고 '태어난 지 6개월밖에 안된 애기를 안아주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몰라보게 컸다'고 살뜰히 두 볼을 어루만져 주시였으며, 방어대장의 딸애가 그린 그림들도 한 장, 한 장 환한 미소 속에 보아주시였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잇따른 군 행보와 관련,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여 우리 정부를 압박·위협하는 동시에 지난 8월 초 함경북도 지역에 발생한 수해로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고 내부를 결속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경제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전방 지역을 시찰하며 내부의 체제 결속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남북 간 긴장상황을 강조해 함경북도 수해로 쏠린 내부의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북한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함경북도 수해 피해로 비상사태에 처한 북한이 최순실 씨와 관련한 국정농단 의혹으로 혼란스러운 남한의 상황을 이용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용도로 '대남도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실제로 남북 간 소규모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은의 치적을 내세우고 내부를 결속할 필요가 있는 북한은 남한을 상대로 재래식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1일 김정은의 군 행보에 대해 "우선 북한이 대내적으로 동계훈련 철을 맞아 군 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사기진작을 해야 되는 수요가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대선 등 정세 변화가 예상되는 시기에 맞춰 북한에 대한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단하기 쉽지 않지만, 핵보유국에 대한 집착 그리고 김정은 가계를 우상화해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언제라도 도발할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 있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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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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