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의 ARF 기자회견서 "과녁" 발언, "외교적 도발" 행위

목용재 기자
입력 2016.07.28 08:13
수정 2016.07.28 08:13

외교 전문가 "외교적 수사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발언"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6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외교 전문가 "외교적 수사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발언"

리용호 북한 외부상이 2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후 기자회견을 열어 "남한의 핵전략자산들에 대해서는 과녁이 될 수 있다"는 국제외교무대에서의 공개적 도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리용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남조선에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들어오고 핵보유국인 미국의 무력이 있거나 이런 경우에 아무래도 그런 대상들에 대해서는 과녁이 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우리가 실질적 위협을 당하지 않는 한 함부러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리용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두고 "미국의 핵전략자산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조선반도의 비핵화 미국에 의해 날아갔다"고도 했다.

한국을 포함한 미국, 일본, 중국 등 27개국의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ARF에서 북한이 남한에 배치된 미국 전력을 향해 '과녁'이라고 표현한 것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선 외교적 도발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리용호는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지금 조선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게 악화될 수 있는 상태에 있다. 현재 정세를 악화시키는 요인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면서 "군사적 압박, 핵위협이 증대, 경제 봉쇄를 시도하는데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엔 이른 바 인권문제를 걸고 최고 존엄까지 모독하면서 최대의 적대행위를 감행하는데 이르렀으며 우리와의 공존을 거부하고 모든 대화의 문을 닫아 맨다는 것은 선전포고"라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 김성한 외교부 전 차관은 27일 데일리안에 "북한도 그동안 미국이 한반도 전쟁을 회책하고 있다든지, 미국이 동아시아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든지라는 발언은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국제외교무대에서 심한 발언은 자제해왔다"면서 "외교적 수사에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는데, '과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면 선을 넘어간 외교적 도발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차관은 "미국의 군사적 조치에 대해 핵전략 자산 이라고 표현한 사례는 많지만 이를 군사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과녁이라는 표현으로 썼다는 것은 한발 더 나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아울러 사드 배치에 대해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대북제재 공조체제의 창 끝을 무디게하는 전술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리용호는 외교가에서 북한 인사 치고는 사교적이고 영어에 능숙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북제재가 심화되고 사드까지 배치되는 상황에 이르자 민감한 반응을 직접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 전 차관은 "리용호가 외무상이 되면서 국제무대에서의 발언 수위가 올라갔다고 보기는 힘들고, 철저하게 정권 차원에서 훈령을 받은 발언이었을 것"이라면서 "리용호는 북에서 온화한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언사를 했던 인물로 영어에 능통하고 스킨십도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미국 측에서는 리용호에 대해 은근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도 지난달 22일 개최된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핵을 포기할 수 없다", "6자회담은 죽었다"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리용호와 최선희 등 국제 외교 무대에서 도발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북한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본보에 "추가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겨의의 명백한 위반인 바, 북한은 핵실험 등 일체의 도발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조속히 복귀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되고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더욱 강력한 제재와 고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목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