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채권추심업 진입장벽 높아진다…“불법사금융 커질 수도”
입력 2026.05.29 07:07
수정 2026.05.29 07:07
“상위 30개사 중심 재편”…911개 시장 구조조정 예고
자본금 30억·금융사 출자 의무화…영세업체 퇴출 수순
“시장 기능 약화되면 음성화 가능성 더 커질 수도”
금융위원회가 장기·과잉추심 문제를 막겠다며 매입채권추심업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영세업체 퇴출 과정에서 오히려 음성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5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낮은 진입장벽 아래 영세업체가 난립하면서 연체채권 가격 경쟁이 심화됐고, 이 과정에서 장기·과잉추심 관행이 고착화됐단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금융위에 등록된 매입채권추심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911곳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연체채권을 보유한 업자는 498개사 수준에 그쳤고, 전체 보유 잔액의 86%는 상위 30개 업체에 집중돼 있다.
금융위는 현행 구조로는 실효적인 감독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5년간 연평균 23개 업체를 검사해온 점을 단순 적용하면 전체 등록업체를 점검하는 데 약 40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고 ▲금융회사 50% 이상 출자 ▲자본금 30억원 ▲전문인력 확보 ▲전산보안설비 강화 등을 허가 요건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변호사 등 전문인력 5인 이상 확보도 의무화된다.
현재 매입채권추심업체 평균 임직원 수가 6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영세업체가 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는 사실상 상위 20~30개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형준 금융위 가계금융과장은 “지금도 상위 30개사 중심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허가 신청이 들어오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시장 질서 개선보다 “관리 가능한 업체만 남기려는 정책”에 가깝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911개 업체를 다 검사하기 어려우니 결국 관리하기 쉬운 소수 업체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취지처럼 보인다”며 “정작 그 이후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풍선효과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해당 업체가 등록업체인지 여부보다 당장 급전을 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업체들이 음성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가 금전대부업·대부중개업과의 겸업을 금지하고 금융회사 출자 요건까지 두며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업계에서는 차명 법인이나 우회 영업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영세업체들 상당수는 자력만으로 새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며 “3년 안에 자본금·전문인력·보안설비를 모두 갖추지 못하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 업체를 단계적으로 걸러내고 업계 전반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준을 한 번에 크게 올려 시장 자체를 압축하는 방향으로 읽힌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허가제 전환 이후 부실채권(NPL)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채권 매입 수요가 줄고 회수 시장이 경직될 경우 금융회사들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 보수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하수처리장을 없앨 수는 없는 것처럼 부실채권 처리 시장도 무조건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시장 기능 자체를 약화시키면 결국 더 음성적인 영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