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도움’ 손흥민의 진화, LAFC서 피어오른 ‘축구 도사’ 향기
입력 2026.05.01 15:33
수정 2026.05.01 15:33
북중미컵 2개 도움 올리면서 4강 1차전 승리 기여
토트넘 시절 '축구 도사' 해리 케인 모습 연상케 해
‘캡틴’ 손흥민(LAFC)의 발끝이 이제 날카로운 창을 넘어 정교한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다.
손흥민은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BMO 센터에서 열린 톨루카(멕시코)와의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준결승 1차전에서 홀로 2도움을 올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단순한 공격수가 아니었다. 때로는 최전방에서 수비를 끌어내리고, 때로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후반 6분 티머시 틸먼의 선제골을 도울 때는 영리한 위치 선정과 이타적인 패스가 돋보였고, 경기 종료 직전 은코시 타파리의 헤더 결승 골을 만든 프리킥 크로스는 그야말로 ‘택배 배달’ 수준이었다.
올 시즌 손흥민의 기록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감지된다.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 진출 이후 득점포 가동 횟수는 전성기 시절에 비해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도움 기록은 파죽지세다. 이날 2개의 도움을 추가하며 시즌 공식전 도움은 벌써 14개(챔피언스컵 6개 포함)에 달한다. 특히 올 시즌에만 무려 4경기에서 멀티 도움을 기록 중이다.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바로 토트넘서 한솥밥을 먹었던 해리 케인이다. 케인은 토트넘을 떠나기 직전, 전형적인 9번 공격수 역할에서 벗어나 10번 미드필더 역할까지 수행하는 딥라잉 포워드로 변모하며 ‘축구 도사’의 모습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케인이 내려와서 찔러주고 손흥민이 골을 넣는 ‘손케 듀오’의 득점 공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손흥민은 LAFC에서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며 부앙가 또는 틸먼의 득점을 돕는 등 케인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손흥민이 ‘축구 도사’ 스타일로 진화하면서 LAFC의 공격 루트는 더욱 다채로워졌다. 과거 상대 수비진이 손흥민의 뒷공간 침투만을 경계했다면, 이제는 그가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와 뿌려주는 창의적인 패스까지 막아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결장한 ‘흥부 콤비’ 드니 부앙가와의 호흡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흥민이 수비진을 몰고 내려오면 부앙가가 그 공간을 파고들고, 손흥민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자로 잰 듯한 패스를 공급한다. 본인이 직접 골을 넣지 않더라도 경기 흐름을 지배하고 승리를 가져오는 법을 터득한 손흥민이다.
LAFC는 손흥민이 중심을 잡아주며 북중미컵 결승 진출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토너먼트 특성상 홈에서의 1실점은 아쉽지만, 손흥민이라는 축구도사가 버티고 있어 멕시코 원정 2차전도 큰 기대가 모아진다.
물론 득점이 줄어든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올 시즌 리그에서는 아직 골이 없고, 챔피언스컵에서만 2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도움 수치가 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무엇보다 팀 승리에 직결되는 결정적 순간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가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