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를 변기에 넣고서 내려"…힙합 디스전에 法 들이대면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5.01 05:01
수정 2026.05.01 05:01

"가사 한 줄에 빨간 줄?"…모욕죄 유죄판결 선례도

사실 공방으로 변질된 디스戰…해학의 '멋' 어디에

해당 이미지는AI로 제작됨.

국내 힙합씬에서 디스전(戰)이 잇따르고 있다. '빅나티'와 스윙스 레이블 소속 '김상민그는감히전설이라고할수있다' 등 래퍼들 사이 공방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불이 붙는 모양새다. 폭행부터 저작인접권 매각 등 각종 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소수의 불편한 시선에 따라 가사 속 표현들을 굳이 법적인 잣대로 들여다보면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우리 형법 제311조(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구체적 사실의 적시 없이도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표현이면 성립한다. 피해자가 특정되고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충족되면 된다.


디스곡 특성상 법리를 까다롭게 적용하면 해당 모욕죄 요건을 채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대표적 선례도 있다. 2019년 래퍼 블랙넛은 키디비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가사를 썼다가 모욕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힙합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를 특정한 채 비하하는 표현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물론 '변기'나 '늑대거북이' 같은 표현들은 장르 특유의 익살스러운 비유에 가까워 동일한 잣대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하지만 굳이 법리적 잣대를 들이대면 이러한 해학적 수사도 '피해자를 특정한 비하'로 해석할 수 있다. 문화적 관용이 법적 면죄부로 직결되지는 않는 것.


한편 미국 본토 힙합씬의 경우에도 디스전이 법적 공방으로 심화한 사례가 있으나 한국과는 결이 다르다. 2025년 미 연방법원은 래퍼 드레이크가 켄드릭 라마의 디스곡 'Not Like Us'를 문제 삼아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디스곡을 사실 전달이 아닌 '의견의 범주'로 봤다. 같은 가사를 두고도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미국과 달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존재하는 한국 법체계 아래서는 같은 가사를 두고도 다른 법적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디스는 힙합의 고유한 문화적 언어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장르의 맥락을 무시한 채 가사 한 줄에 형사 잣대를 들이대면 창작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것은 역설적으로 예술이 법의 일방적인 통제에서 벗어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모든 갈등에 법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 랩 게임 특유의 미학 대신 노골적인 사실 공방과 폭로가 오가는 상황은 그 자체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건강한 비판과 해학이 머물러야 할 문화의 종착지에 결국 법정이 기다리고 있다면 힙합이 가진 장르적 재미도 더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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