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지방 가면 공공임대…고령층 지방 이주 논의 탄력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입력 2026.04.23 07:00
수정 2026.04.23 07:00

LH, 은퇴자 지방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 완화 등 연구

생활 인프라 조성 필요성…수요 맞춤형 주택 공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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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인구가 늘어나면서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를 지방으로 이주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지자체별로 은퇴자를 위한 마을 조성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까지 제도 연구에 나서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20일 ‘지방권 신사업모델 구체화방안 연구용역’ 사전규격을 공개했다.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 속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LH는 이 연구를 통해 수도권 은퇴 인구의 지방 이주 촉진 방안을 찾는다. 은퇴자의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을 완화하는 등 청약제도를 개선하는 구상도 담겼다. 이를 위해 기금 조성과 운영 주체, 수혜 대상 계층과 제도 운영 방안 등도 고민 중이다.


또한 지방에 시범사업 후보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인구 10~50만명 규모 중규모 도시와 인구감소지역 중 2곳을 선정해 사업성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지역별 일자리 현황과 채용 희망 연령·성별, 지방이주 희망자와 일자이 매칭 가능성을 분석한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지방소멸에 대응해 은퇴자들이 자연스럽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구상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이디어 제안 단계인 만큼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LH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는 이유는 늘어나는 수도권 인구 때문이다. 지방 인구는 감소하는데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인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고령층 인구 또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70대 이상 고령자는 125만1989명으로 2020년(103만1645명)보다 약 22만명 늘었다. 서울 전체 인구는 2020년 991만1088명에서 지난해 957만9177명으로 줄었는데 고령층 인구는 매년 증가 추세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2020년 경기도에 거주하는 70대 이상 인구는 117만732명이었는데 지난해 152만3435명으로 약 35만명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고령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가보유율이 높다. 집값이 상승하기 전부터 주택을 보유해 온 이들이 많고 상대적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이에 주택을 소유한 고령층이 기존 주택을 매도한 후 지방으로 이주하면 수도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주택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70대 주택 소유율은 71%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70대 10명 중 3명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80대 이상의 주택 소유율도 64.3%로 높았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은 세금 부담이 매년 커지고 있다. 공시가격 상승이 상승해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소득이 한정적인 고령자의 주택 보유가 어려워진다. 또 공시가격이 오르면 건강보험료 지출이 커지는 점도 고령층에게 부담이다. 이에 주택을 매도해야 하는 수요자가 지방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국 지자체별로 은퇴자 이주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은퇴자마을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영향이다. 이에 강원 춘천시와 경남 거창군, 전북 순창군 등 지자체들은 은퇴자마을 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도권 은퇴자의 지방 이주 정책 성공 유무는 주택 보유 부담이 커진 고령층이 얼마나 많이 지방으로 이주하느냐다. 한 지역에서 오랜 기간 거주했던 수요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감수할 정도로 지역에 생활 인프라가 우선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9일 LH토지주택연구원이 발간한 ‘은퇴자 주거복합단지 선호도 및 유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45세 이상 1367명 중 878명이 실버타운 등 은퇴자 주거복합단지로 이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주 동기로는 고령자를 위한 다양한 복지시설(36.3%), 안전한 고령친화 생활공간(30.8%) 등이 꼽혔다. 생활 인프라와 안전한 환경이 이주를 선택하는 주요인인 셈이다.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평형도 고려해야 한다. 장기간 한 집에 거주하며 늘어난 짐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은 공간이 필요한 탓이다. LH의 경우 올해부터 60~85㎡ 크기 임대주택 비율을 5%에서 10%로 높이기로 했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은퇴자들은 짐이 많은데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좁은 평형이 다수”라며 “지방에서 공급되는 주택이 은퇴자와 고령층의 수요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를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수현 기자 (jwdo9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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