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캐릭터와 닮아야 명작?...미스캐스팅 논란 돌파구는 [D:이슈]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5.12.04 09:00
수정 2025.12.04 09:04

원작이 있는 영화·드라마마다 캐스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개봉을 앞둔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한국판과 웹툰 실사화 드라마를 준비 중인 '고래별'은 공개 전부터 '미스캐스팅 논란'으로 우려를 안고 있다. 그러나 초반 캐스팅 지적을 딛고 인생 캐릭터를 만든 '치즈인더트랩' 김고은·'궁' 윤은혜 사례는 닮은 얼굴보다 중요한 건 결국 배우의 캐릭터 해석력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남긴다.


ⓒ바이포엠스튜디오

3일 바이포엠스튜디오에 따르면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 한국판이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고생과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고 있는 평범한 남고생의 풋풋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추영우와 신시아가 주연을 맡았다.


'오세이사'는 원작 소설은 전 세계 130만 부 이상 판매됐고 2022년 개봉한 일본 영화는 국내에서 약 121만명을 모은 검증된 IP다. 여기에 '견우와 선녀', '중증외상센터'로 이름을 알린 추영우가 남자 주인공으로 합류해 기대를 모았지만 공식 포스터와 스틸 공개 이후 일부에서는 기존 일본 영화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에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미치에다 슌스케가 맡은 카미야 토오루는 어머니에서부터 이어진 심장병이 있는 시한부 캐릭터다. 이야기의 후반부로 가면 앞이 보이지 않는 등 죽음을 앞두고 병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공개된 사진 속 추영우에게는 건강한 소년미가 크게 보이고 캐릭터 특유의 여린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실제로 한일 배우들의 프로필상 체격을 보면 둘의 신장은 비슷하지만 미치에다 슌스케는 60kg이 넘지 않는 반면 추영우는 73kg으로, 캐릭터의 외형과 맞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웹툰 '고래별' 실사화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고래별'은 나윤희 작가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대한민국 가상 역사 판타지,로맨스 작품으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별점 9.98은 역대 네이버 완결 웹툰 중 5번째로 높은 인기작으로 스토리라인, 작화, 시대 고증 등 모든 면에서 호평 일색이다.


이에 드라마 실사화가 결정됐을 때 원작 팬들은 싱크로율이 높은 캐스팅을 기대했는데 지난 8월 최우식과 문가영이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고 전혀 닮지 않은 외형에 실망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주인공 허수아는 탄 피부, 작은 키, 주근깨, 둥근 눈의 외모를 가진 평범한 외모로 설정돼 있다. 그런데 문가영은 흰 피부와 큰 키, 또렷하고 큰 눈을 가진 허수아와 '정반대'의 비주얼이다.


최우식도 마찬가지다. 그가 물망에 오른 강의현은 '인어공주'의 왕자가 모티브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설정 자체가 미청년에 진한 눈썹, 숱많은 속눈썹을 가진 모습이다. 반면 최우식은 얇은 선을 가지고 있는 배우로 동안의 귀여운 얼굴이 강의현과 다르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고래별'은 섬세한 서사와 감정선을 기반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이기에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과 연기력이 좋은 두 배우이기에 공개돼봐야 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위 두 작품의 캐스팅을 두고 나오는 우려는 괜한 기우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작 팬들을 설득하지 못해 실제로 흥행에 참패한 사례도 있는데 바로 올해 7월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올해 최고 기대작이었던 이 작품은 조회수 20억회를 기록한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픽션 진입물(현실의 주인공들이 픽션 속 세계로 진입하는 능력이나 상황)로, 안효섭, 이민호, 나나, 블랙핑크 지수 등 초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600만명)의 6분 1 수준인 106만명에 그쳤다.


특히 충무공 이순신을 배후로 둔 고등학생 이지혜를 연기한 지수는 캐스팅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다. 이지혜는 털털하고 괴팍하지만 마음 한 편에 상처가 있는 인물로, 연기 논란이 꾸준히 있던 지수가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냐를 두고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이순신을 상징하는 칼을 쓰는 이지혜를 총을 사용는 설정으로 바꿔 상징성을 망가뜨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밖에도 체격과 외모 모두 평범 그 자체로 설정된 주인공 김독자 역을 맡은 안효섭, 날렵하고 예민한 느낌을 가진 유중혁을 연기한 이민호 등이 원작 설정과 맞지 않은 모습으로 질타를 받았다.


ⓒ유튜브 '디글' 채널

그렇다고 해서 원작과 똑 닮은 캐스팅만이 정답인 것은 아니다. tvN 월화드라마의 포문을 연 '치즈인더트랩'이 대표적인 사례다. '치즈인더트랩'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날카롭고 고양이 같은 외모의 홍설 역을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오연서, 천우희 등이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 김고은이 캐스팅 되며 '쌍커풀이 얇고 순한 느낌의 김고은은 싱크로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고은 본인도 제작발표회에서 "싱크로율과 관련해 말이 많아 출연을 제안받고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된 뒤에는 예민하고 현실적인 홍설의 캐릭터에 사랑스러움을 녹여 '김고은 표 홍설'을 만들어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궁'의 윤은혜가 있다. 당시 동명의 인기 만화를 실사화한 작품으로, 원작 팬들은 큰 눈에 날카로운 턱선, 도도한 모습을 한 여자주인공 신채경으로 장나라, 문근영, 고아라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신채경을 연기하게 된 건 베이비복스 출신의 윤은혜. 그는 당시 그룹의 막내로 둥근 얼굴에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원작과 다르다는 실망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당시 신인이었던 주지훈의 연기력 논란과 겹쳐 드라마는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발랄하고도 엉뚱한 신채경을 자신만의 리듬으로 연기한 윤은혜는 큰 사랑을 받았고,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27.1%를 기록하며 윤은혜는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MBC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궁' 영상이 2569만회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상당하다. 최근에는 윤은혜가 직접 신채경 스타일을 재현하는 영상이 화제가 될 정도로 그의 인생 캐릭터가 됐다.


이로써 중요한 건 원작이 가진 핵심 주제와 캐릭터가 보여주는 특징에 배우의 해석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더하느냐다. 잇따른 실사화 작품들과 '미스캐스팅 논란'은 결국 배우가 짊어질 몫이다. 당장 이달 개봉을 앞둔 '오세이사'의 추영우가 비난을 딛고 자신만의 캐릭터 해석으로 반응을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