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으로 집도 사는데”…공인중개사협회 법정단체화 ‘명암’
입력 2025.11.26 07:00
수정 2025.11.26 07:00
관련법 국토위 소위 통과…협회 숙원 27년 만에 달성 가능성
부동산 거래 사각지대 해소 및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 기대
의무가입 및 지도·단속권 제외에도 프롭테크 업계 우려 여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 승격이 27년 만에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법정단체화를 통해 부동산 거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전세사기를 비롯한 각종 부정부패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프롭테크 업계의 몸집도 커지는 상황에 특정 민간단체의 법정단체화가 자칫 독점적 지위에 따른 공정 경쟁 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26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교통법안심사소위는 최근 공인중개사협회에 법정단체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전세사기, 깡통전세, 허위매물 광고 등 부동산 관련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협회를 임의단체에서 법정단체로 격상해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한 환경 조성, 자율 감시체계 구축을 통한 중개업 전반의 자율적인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단 취지다.
협회는 앞서 지난 1986년 법정단체로 설립됐으나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중개업법을 개정, 임의단체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협회가 가지던 불법 중개 단속권 등도 지자체로 이관됐다.
이후 협회는 법정단체화를 줄곧 추진해 왔다. 김종호 협회장은 지난 4월 취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부 불법 행위를 저지른 공인중개사 때문에 업계 전체가 매도당하는 실정”이라며 “내부적으로 예방에 나서고 있지만 협회가 나서서 단속하고 잘못한 관행을 바로 잡기엔 권한이 없다”고 법정단체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법안이 상임위인 국토위에 이어 국회 본 회의까지 통과되면 협회는 임의단체 전환 이후 27년 만에 다시 법정단체로 승격하게 된다. 법정단체화가 이뤄지면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관리·감독 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정안에는 협회 측이 요구한 모든 공인중개사의 협회 의무가입 등 조항은 빠졌다. 지도·단속권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프롭테크 업계의 우려는 상당하다. 과거 협회가 중개보수 절감 등을 내세운 다원중개, 집토스, 우대빵부동산 등 플랫폼 기반 프롭데크 업체를 고소·고발한 사례가 있고 협회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 ‘한방’ 활성화를 위해 직방과 네이버 부동산 등에 매물 등록을 거부하기도 해서다.
또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법정 권한을 부여받게 되면 향후 의무가입 조항 및 지도·단속권 확보를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프롭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전세사기가 확산하면서 중개사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이제는 당근으로 부동산 직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거래 자체가 다양화하고 구조적으로도 과거와는 상당한 변화가 있는데 특정 민간단체에 법정단체 지위를 부여한다는 건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인중개사의 불법·위법에 대한 처벌 관련 규정은 중개사법에 잘 담겨 있고 법과 제도가 잘 돌아가는 상황에서 특정 단체의 법정단체화는 입법 취지 자체부터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변호사협회만 놓고 보더라도 꽤나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등록해야 하고, 개업·이전 시에도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데 향후 공인중개사협회도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민간단체로 있으면서도 전세사기 피해 예방 등 자정작용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법정단체로 승격하더라도 협회가 투명한 부동산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협회는 “너무 앞서 나간 이야기”라며 “의무가입 조항이나 지도·단속권 등 프롭테크 업계에서 우려하는 내용은 모두 빠졌고 법정단체로 승격하는 것이 마치 정부 기관의 일부처럼 법적 지위까지 부여 받은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특히나 협회에서 윤리 규정을 마련하더라도 직방 등 프롭테크 업체들은 협회 회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협회 마음대로 그 업체들을 지도하고 관리·감독할 방법은 없다”며 “대다수 회원도 플랫폼을 이용하는 만큼 대립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협력이 필요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