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안 듣는 순간’…나는 얼마나 가까워져 있을까 [항생제 내성③]
입력 2025.11.25 07:00
수정 2025.11.25 07:00
항생제가 듣지 않는 순간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이미 일상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감기나 요로감염처럼 흔한 질환조차 회복이 더디고 약을 여러 종류 바꿔야 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내성은 특정 환자에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행동에서 축적되며 의료 전체에 부담을 준다. 항생제 개발 속도가 느리고 기존 약제도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내성이 늘어나면 치료의 선택지는 빠르게 줄어든다.
치료가 지연되면 환자는 더 오래 고통받고 의료기관은 더 많은 자원을 소모하게 된다.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2025년 항생제 내성 인식도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5%는 내성 문제를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90.9%는 본인도 내성을 겪을 수 있다고 답했다.
많은 국민이 이 문제를 먼 미래의 위험이 아닌 실제 치료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불확실성으로 이해하고 있다. 항생제가 듣지 않으면 입원이나 약 변경 같은 추가 조치가 필요해질 수 있어 부담은 결국 환자에게 돌아온다.
환경이나 식품에서도 항생제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 비율은 75.4%였다. 의료기관뿐 아니라 생활 전반이 항생제와 연결돼 있다고 보는 흐름이다.
항생제를 오래 복용하면 효과가 좋아진다는 오해는 17.9%였고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은 72.0%였다. 이런 오해가 반복되면 감기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불필요한 처방이나 복용으로 이어진다.
약 성분을 확인하지 않는 습관도 내성을 키운다. 항상 확인한다는 응답은 24.9%였고 확인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5%였다. 항생제인지 모른 채 복용하면 불필요한 노출이 반복되고 세균이 항생제에 적응하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처방 없이 항생제를 먹었다는 응답은 16.0%였다. 집에 남은 약을 임의로 먹거나 주변 권유로 복용하는 경우다. 필요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약을 선택하면 내성 축적은 더 빨라진다.
증상이 나아진 뒤 복용을 중단한 경험은 63.4%였다. 항생제는 정해진 기간을 채워야 세균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데 중단하면 남아 있던 세균이 적응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같은 감염도 치료가 길어지고 더 강한 약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의료현장에서는 환자가 약효가 약한 것 같다고 판단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 새 항생제를 처방받는 일이 이어지면서 진단 흐름이 흔들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내성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한 치료 과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가 복용 이력을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항생제 종류와 용량, 복용 기간을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면 진단 혼선을 줄이고 치료 선택을 더 명확히 할 수 있다.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중복 처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료 정보 공유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내성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환자가 증상 변화만으로 약을 중단하거나 바꾸지 않도록 안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복용 중단과 재처방이 반복되면 약효 저하가 누적될 수 있어 치료 전체가 흔들린다. 일상에서 복용 이력을 정확히 유지하고 전문가 판단을 기반으로 약을 선택하는 구조가 마련되면 같은 감염도 더 일관된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
“그거 꼭 써야 해요?”…불필요한 처방을 막는 선택의 순간 [항생제 내성④]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