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사 오너 3세 경영 본격화…'수익성·리스크 해소' 리더십 시험대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11.13 14:16
수정 2025.11.13 14:28

일양약품·국제약품 단독 대표 체제 전환

경영 정상화 및 장기적 수익성 확보는 과제

국내 중견 제약 기업에서 창업주 손자로 이어지는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양약품의 정유석 대표, 국제약품의 남태훈 대표가 비슷한 시기 단독 대표에 오르며 책임 경영을 선언, 이들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상폐 위기 해소가 ‘최우선’
일양약품 본사 ⓒ일양약품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달 정유석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그동안 일양약품은 김동연 사장, 정유석 부회장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됐으나 김동연 부회장의 사임으로 인해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게 됐다.


정유석 대표는 창업주인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정도언 회장의 장남이다. 2006년 일양약품에 입사한 후 2012년 해외사업·마케팅본부장, 2018년 부사장, 2023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단독 대표 체제 전환이 다소 갑작스럽게 이뤄진 배경에는 규제 당국의 제제가 있다. 지난 9월 증권선물위원회는 일양약품을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 구체적으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연결 대상이 아닌 중국 현지 법인을 연결 회사로 처리하는 등의 회계 부정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 현재 일양약품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한국거래소는 일양약품의 상장폐지를 검토, 4개월 뒤인 2026년 3월 다시 상장 유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다. 김동연 부회장도 이 같은 위기 대응 과정에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홀로 일양약품을 이끌게 된 정유석 대표에게 상장 유지를 위한 심사 통과를 비롯한 회사 정상화라는 최우선 과제가 안겨졌다.


정 대표는 실적 정체의 돌파구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일양약품은 매출은 2689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에 그쳤으며, 영업이익은 110억원으로 32.8% 감소했다.


정유석 대표 체제 아래 일양약품은 영업 지속성 및 재무,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일양약품은 공시를 통해 “놀텍 복합제 출시 및 적응증 추가, 슈펙트 중국 품목 허가 및 해외 매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며 “1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독립적 사외이사, 감사위원 2인을 선임하고 감사팀 조직을 독립화 해 내부 통제도 강화하겠다”다고 밝혔다.


수익성 입증…남은 숙제는 지배력·R&D 확대
국제약품 본사 ⓒ국제약품

안과용 점안제 등으로 잘 알려진 국제약품 역시 지난달 남영우 명예회장이 대표직에서 사임하면서 남태훈 대표가 단독으로 경영을 맡는 체제로 전환됐다. 남태훈 대표는 남영우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故) 남상옥 회장의 손자다. 2015년부터 국제약품의 대표이사직을 맡은 남태훈 대표는 부친의 은퇴와 함께 오너 3세 단독 운영 시대를 열었다.


남태훈 대표는 최근 회사의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영업조직을 CSO(영업대행사) 체제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비용 효율화 전략에 기반해 국제약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565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865억원으로 전년과 유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남 대표는 지난달 창립 66주년 기념사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하며 외형 확장을 넘어선 수익성 중심의 내실 강화를 선언했다. 특히 복합 녹내장 점안제 ‘TFC-003’의 국내 임상 3상 진입 등 R&D 투자 의지를 밝히고,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비전 수립을 예고했다.


그러나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력 안정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현재 남 대표의 개인 지분율은 2.12%에 그쳐 경영권 방어에는 실질적 한계가 있다.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이자 국제약품 지분 23.96%를 보유한 지주사 우경의 지분 승계 작업이 마무리돼야 비로소 지배력이 공고해질 수 있다.


또한 꾸준히 확대 의지를 밝히고 있음에도 매출 대비 3% 수준에 불과한 R&D 투자 비율을 늘려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국제약품 관계자는 “최근 안과용 점안제 생산라인 추가 구축을 위해 약 93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며 “R&D 확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회사 차원에서도 이를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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