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회 비준' 정쟁화 조짐에 일단 야당 달래기 총력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1.07 00:05
수정 2025.11.07 00:05

'한미관세 합의' 여야 공방 '2차전'

"단독처리 우려"…野, 정부여당 '불신'

강훈식, 野 우려 불식 총력

"투명하게 보고…논의도 충분히"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2025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미 간 관세 합의 세부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가 조만간 발표를 앞두면서, 이제 공은 국회로 향하는 모양새다. 외화자산 운용 수익 등을 투자기금으로 조성할 근거 등을 담은 '대미투자 특별법' 제정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야당은 헌법 근거를 들어 비준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또다시 정쟁화 조짐을 보이자, 대통령실은 우선 야당 설득에 총력을 쏟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비준을 할 것인지 법률로서 할 것인지 이런 것들에 대한 논의들은 차제에 하더라도, 모든 내용이 투명하게 국회에 보고돼서 여러 위원들이 의견을 모아주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야당이 정부·여당의 관세 합의 양해각서(MOU) 국회 비준 동의 불필요 입장에 "국회 검증 없이 처리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반발하자, 합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겠다며 자세를 낮춘 것이다. 한미 관세 합의 이후 팩트시트 지연과 일부 사안을 두고 한미 간 입장이 엇갈리는 등 야당의 불신이 커지자 일단 설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며 세부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핵심 쟁점이었던 3500억 달러 대미 중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로,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현금 투자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됐다.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외화 자산 운용 수익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야당에선 분납이라도 해도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는 재정 부담과 함께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초 한미 협상 결과가 국익에 부합한지가 쟁점이었지만, 현재는 국회 비준 여부로 논란은 확대됐다. 헌법 60조 1항에 따르면,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 야당은 해당 헌법을 들어 연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는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만큼,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한 이재명 정부 내각 장관들이 6일 오전 국회본청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6년도 예산안 관련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통령실은 우선 "관세 합의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은 아닌 것으로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국회 비준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조약이 아닌 MOU 형태로 결정됐기 때문에 국회 비준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정부가 마련 중인 MOU 관련 '대미투자특별법'이 지연될 경우, 기업의 부담으로 연결된다고 판단하는 만큼 신속한 국회 통과가 담보돼야 한다는 이유도 내세우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원칙적으로 조약은 비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정한 형식의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번 MOU는 행정부 간 합의사항으로 국제법이나 각국의 법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며 "외교부와 산업부 모두 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헌법 60조 1항에 따른 재정 부담시 국회 비준 동의 절차는 이해하지만, 이번 한미 관세 합의는 명확하게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양국 간 행정 협정 수준의 MOU일 뿐 아니라, 국회 비준 절차가 없더라도 '대미투자특별법'을 가지고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국회 비준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국익 발목잡기"라고 지적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미 양국이 맺은 것은 상호 신뢰에 기반한 'MOU'이며, 이는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국회 검증을 피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환영하는데, 민주당이 제시하는 진짜 검증은 바로 '대미투자특별법' 논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법안은 기금 규모와 조달 방식과 세부 조건 등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다루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모든 쟁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룰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가짜 뉴스와 선동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든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라고 압박했다.


야당이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관세 합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국회가 동의해야만 하는 항목만 정부가 특별법으로 제정해 지출 근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합의 내용 전반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신속 처리'를 내세워 강행하면 야권으로선 심층 검증에 나설 수 없다고 토로한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운영위원회전체 회의에서 국회 운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여당이 단독 처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인데, 야당이 검증하려고 나섰다가 입장을 바꿔 강행하면 달리 방법이 있겠느냐"면서 "국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서 검증해야 하는데, 특별법으로만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면피용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특별법으로 진행되면 전체 내용을 제대로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아닌, 국회가 해줘야 하는 것들만 선별해 특별법을 만들어 재정 지출 근거만 만드는 것"이라면서 "우리 기업의 가장 큰 투자가 법률적으로 의무화되는 중요 조약인 만큼, 헌법 60조에 따라 당연히 국회에서 비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미 관세 협상과 대미 투자에 반대한 진보당도 이번에는 보수 정당과 함께 정부·여당에 날을 세웠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향후 10년에 걸쳐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내년 정부예산 728조원의 70%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라면서 "헌법이 국회 비준을 요구한 '중대한 재정적 부담'에 해당하는 만큼, 국회 비준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협상의 정당성과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설득 작업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한미 관세 합의 내용에 대한 설명에 나서겠다는 입장과 함께, 투자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다중의 안정장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국익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대미투자특별법을 논의할 때 여러 가지 우려 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국회에서 논의해 주실 것을 오히려 이 자리를 빌려서 요청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수익이 불확실한 사업에는 착수하지 않고, 투자 원리금 회수가 불투명한 경우 협의회에서 동의하지 않도록 했다"며 "투자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항이며, 투자 회수 가능성에 따라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어 다중의 안전장치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