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노동'의 대가…청년 과로사가 던진 '경고'[119시그널]
입력 2025.11.03 11:48
수정 2025.11.03 13:41
최근 5년간 뇌심혈관계 산재사망 1059건
수면 부족·스트레스…돌연사 위험↑
급격한 기온 변화, 사회적 스트레스, 감염병 확산 등 우리 곁에 존재하는 위기 신호를 분석하고 현장에서 들려오는 ‘119 시그널’을 통해, 사회가 놓치고 있는 건강의 최전선을 기록합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응급상황’이 되기 전 건강의 위험 신호를 알려드립니다.
유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원이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되며 ‘청년 과로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족은 “사망 전 일주일간 80시간 넘게 일했고, 평소에도 장시간 근로에 시달렸다”며 과로사로 인한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회사 측은 “평균 주 44시간 근무였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과로가 단순한 피로 누적이 아닌 신체 회복 능력이 무너진 상태라고 경고한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심혈관계 이상,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한 예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무 스트레스, 혈압·혈관 건강 ‘직격’
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사망 승인은 총 1059건이었다.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중 산재로 인정받은 경우는 대부분 과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장시간 근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 육체적으로 강도 높은 업무로 인해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이 막히면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도별로 보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산재사망은 2021년 289건, 2022년 222건, 2023년 186건, 지난해 214건으로 집계됐다. 올해(8월 기준)에는 이미 148명이 산재사망으로 승인됐다. 최근 5년간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 신청 건수는 9839건으로, 1만 건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산재로 인정된 건수는 총 3345건이었다.
과로는 단순한 피로 누적이 아니라, 신체 시스템이 회복 능력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의 과다 분비가 지속되면 심혈관계와 면역계에 이상이 생기고, 돌연사나 뇌졸중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신현영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관에 손상을 준다”며 “혈관이 약해지거나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가속화되고, 이는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뇌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시간 노동, 불규칙한 생활, 수면 부족 등 과로가 지속되면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축적된다. 이러한 피로는 신체의 방어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면역력 저하를 일으켜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신 교수는 “젊은 나이에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기존 질병을 갖고 있거나,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 있을 수 있다”며 “과로는 이러한 질병을 빠르게 악화시키거나 숨어 있던 질병을 갑작스럽게 발현시켜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몸보다 먼저 무너지는 마음…‘번아웃 증후군’
과로사가 신체의 한계를 넘은 결과라면, 번아웃은 그 이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붕괴의 신호다. 장시간 노동과 압박이 지속되면, 피로는 마음을 먼저 무너뜨리고 결국 몸마저 위험에 빠뜨린다.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가장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찾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환경의 개선과 이완 요법 등 깊은 잠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개인에게 맞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커피나 술, 음료수, 담배 등 자극적인 음식은 삼가야 한다. 또 인공감미료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의 노출도 피한다. 운동은 단계에 맞게 적절히 조정한다.
심한 단계(탈진)에서는 오히려 운동이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점진적으로 운동의 강도와 빈도를 높이는 등급별 운동처방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마그네슘 및 기타 미네랄, 엘카르니틴 등 보조제를 복용하는 것도 추천된다.
박세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은 단순한 스트레스나 피로감이 아닐 수 있다. 의욕과 동기를 완전히 상실하고 결국에는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주게 된다”며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도 연결될 수 있고, 만성적인 증상으로 심화할 수 있는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질환”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