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호남 토박이의 고백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10 07:00
수정 2025.09.10 07:00

서울엔 혁신적인 문화공간들이 즐비한데

내가 태어나고 자란 광주는 왜 멈춰있는가

이 길이 어렵겠지만…"왜 가만히 있어?"

광주 출신이든 수도권 젊은이든 할 수 있다

광주 동구 충장로 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호남 최대 상권'이었던 충장로 상권은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28.0%에 달하는 등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뉴시스

광주의 오래된 골목을 걸으며, 나는 종종 묻곤 한다. "광주는 왜 이렇게 멈춰 있는 걸까?" 이 질문은 나를 끊임없이 뒤흔들었고, 마침내 입을 열게 만들었다.

기억 속의 편견, 그 파편들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를 '단순한 이념 싸움'으로 봤다.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교육받은 나에게, 정치관이 형성되기 이전의 어린 시절에는 진보는 정의의 상징이고, 보수는 구태의 상징이었다.


2008년 광우병 시위는 내 생각에 강한 충격파를 던졌다. 그 당시 나는 겨우 9살이었고,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괴담에 호기심을 품었다. 그러나 진짜 충격은 이후였다. 당시 우리 지역의 고등교육을 받은 어른들, 대학 교수, 유명 정치인들마저도 그 괴담을 맹신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것, 강하게 믿는 것들이 사회적 프레임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처음으로 의심을 품게 됐다. 미디어의 프레임이 사회를 어떻게 조종하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였다. 그러고는 2011년, 대법원의 '허위' 판결이 나오면서 '광우병 괴담'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동안 우리가 치른 3조 7000억원의 사회적 비용, 친척과 이웃들이 보내던 걱정 어린 눈빛들이 모두 허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나는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때부터 '진실'을 알고 나서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든 것이었는지 피부로 느꼈다. '믿었던 것들, 배웠던 것들'이 정말 진실인지 아니면 조작된 거짓인지, 그 의문이 내 삶의 일부가 됐다.

깨어나는 순간의 아픔

20살, 나는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로 향했다. 대학교에서 첫 발을 내딛으며, 서울이라는 매력적인 도시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는 광주와 서울의 여러 차이를 본격적으로 체감했다. 서울의 광활한 강남 거리, 수많은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의 오피스, 혁신적인 문화 공간들이 즐비한 곳.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눈에는, 이 모든 것이 광주와 너무나 대조되어 보였다. 왜 내 고향은 이렇게 발전이 더딜까?


내가 목격한 것은, 광주의 비효율적이기만 한 '지역 예산 배분'과 '정치적 잡음'의 연속이었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라기보다, 정권에 맞춘 '이벤트와 공사'에 막대한 돈이 쏟아졌다. 그러면서도 정작 혁신을 이끄는 신생기업과 문화 전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역민들이 모여 연대하는 대신, 정책이 아닌 '자리와 돈'을 나누는 구조가 계속되었다. 자영업과 소상공인들의 무수한 실패, 빈 가게, 창고 같은 공실들이 그 증거였다. 거기에는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진심'보다 '잡아놓은 물고기', 즉 정치권과 여권, 지역 유력 세력의 생존을 위한 '물수제비'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뉴시스
확신을 찾아서

눈앞의 현실을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내 가치관과 신념을 점검하게 됐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책임 있는 개인, 공정한 기회. 이 가치들이야말로 나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가능케 하는 핵심임을 확신했다. 이와 동시에 작은 설득이 큰 변화의 씨앗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먼저 주변 가족과 친구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정책 데이터, 성공 사례, 정부 정책에 따른 파급효과들을 설명하며, '이게 정말 우리 미래를 위한 것일까?'는 질문을 던졌다.

작은 설득, 큰 물결

모두가 알다시피, 세상은 결국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강이 되고, 강이 바다를 이룬다. 나는 '내 주변부터 바꾸자'는 생각으로 실천하고 있다. 결국 모두가 조금씩만 움직이면 변화는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한 믿음으로 나는 '세상 전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인지 경험하게 되었다.


어느 날, 내 가족이 '정책 한 조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친구들이 '정치와 경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맹목적으로 믿어왔던 것들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본인만의 가치관과 정치관을 공부하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작은 변화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언젠가는 전체 사회를 움직이는 큰 흐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작은 설득의 물결은 '큰 물결'이 되고, 그 물결은 결국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왜 가만히 있어?"

이제 나는 물어본다. "왜 가만히 있어?" 우리 지역, 우리나라, 그리고 미래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용기 있게 말하고, 행동하자. 광주 출신이든, 수도권 젊은이든, 모두 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든 작은 변화가, 언젠가는 강이 되어 바다를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것은 명확하다. '이 길이 어렵겠지만', '이 많은 편견과 싸우기 어렵겠지만', 그런 두려움을 버리고, 나는 오늘도 작은 목소리와 작은 행동으로 부딪힌다. 그리고 나와 같은 작은 물줄기들이 모여, 거대한 흐름이 되는 순간, 우리의 세상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글/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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