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체성 늘 품어"…'케데헌' 매기 강, K-문화 '진정한' 글로벌화 가능했던 이유 [D:현장]
입력 2025.08.22 15:11
수정 2025.08.22 15:11
"트로트 포함해 다양한 한국 음악 보여주고파"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매기 강 감독이 한국적인 소재로 전 세계 넷플릭스를 구독자를 매료시킨 과정을 설명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5살 때 가족과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갔던 그가 뿌리를 잊지 않고, 담아낼 수 있었던 배경부터 그래서 가능했던 '케데헌'만의 재미까지. 여러 이야기를 풀어냈다.
'케데헌'은 케이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이다.
6월 20일 공개된 '케데헌'은 넷플릭스 역대 흥행 영화 2위에 올랐으며, OST '골든'으로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라는 기록도 달성했다.
이 작품을 연출한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은 20일 내한해 다양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아리랑 'K-Pop: The Next Chapter'에 출연, 이재명 대통령과 트와이스를 만나 한국 문화의 무한한 확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넷플릭스가 한국 문화를 알려온 경험을 공유했다.
22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케데헌'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매기 강 감독은 미국 애니메이션을 연출하며 케이팝(K-POP)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초등학교 2, 3학년 즈음이었다. 선생님께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지도에서 찾지를 못하시는 거다. 당시 우리나라는 '발달이 덜 된' 나라로 여겨진 것이다. 저는 그때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외국에선 우리나라를 그렇게 보는구나 싶더라. 우리나라를 더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케데헌'의 놀라운 성과 이면엔 중독성 강한 음악과 한국 고유한 문화들이 녹아 있는 디테일, 그리고 '케이팝 퇴마 액션'이라는 독창적인 장르가 선사하는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특히 저승사자, 호랑이 등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낯설지만, 그래서 더 신선했던 캐릭터를 떠올린 배경도 설명했다. 매기 강 감독은 "저승사자 같은 이미지는 미국에선 좀 색달랐다. 도깨비 같은 것도 우리만의 특별한 문화이지 않나. 거기에 케이팝을 접목시키니까 조화로울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케이팝' 또한 단순하게 활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에 대해선 "우선은 케이팝 팬들을 위해야 한다고 여겼다. 저도 물론 케이팝 팬이다. 다만 모든 걸 꿰뚫는 팬덤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레퍼런스를 뽑을 땐 한국 아이돌 그룹은 물론, 다른 그룹들도 살폈다. 한 아이돌을 참고하진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작품 속 한국의 문화가 맞지 않게 담기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혹은 중국 문화를 다루면서 기모노를 등장시킨다던가, 그런 건 기분이 나쁘다"라며 디테일을 위해 노력한 점도 설명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다룰 땐 디테일을 정확하게 챙기고 싶었다. 나 혼자 한 건 아니다. 한국인 팀원들이 정말 많았다. 다 함께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에 대해선 "스토리, 캐릭터가 중요하다. 단지 우리 문화의 여러 면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해를 못 해도 언젠가는 이해할 것이라고 믿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모든 캐릭터에 진심으로 공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다고 여긴다. 그것이 곧 영화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장르를 허무는 최상의 예술 형태다. 모두가 원하는 건 같다.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을 원하는데 그것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한 번쯤 했을 법한 생각이다. 각자 안에 숨기고 싶은 것도, 수치심을 느끼는 것도 같다. 이런 부분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 초기 스크리닝을 할 때 6살 아이가 영화를 봤는데, 루미의 두려움을 정확히 이해한다고 하더라. 그런 지점들이 너무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좋아해 주신 것 같다"라고 '케데헌'만의 보편적인 감성도 설명했다.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이 됐지만 이것이 한국 문화를 글로벌 시장에 확산하는 하나의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저 같은 배경을 가진 이들은 정체성 혼란은 겪기가 쉬운데, 저는 운이 좋게도 그런 부분을 힘들어하며 자라진 않았다. 저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품어왔다. 지금도 그렇게 소개하고, 속으로도 한국인이라고 깊이 느낀다. 캐나다인이라는 걸 잊을 때가 있다"고 말한 매기 강 감독은 "한국어라는 언어를 간직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언어를 유지했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긴밀하게 닿아있을 수 있었다. 문화와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누구라도 힘들어할 순 있다. 다만 다문화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화를 한다면 저처럼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글로벌한 크리에이터들의 목소리,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면서도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작품에서도 한국적인 소재를 새롭게 풀어낼 계획이다. 시즌2를 기다려 주는 팬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으며, 아이디어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매기 강 감독은 "아직 공식적인 말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음악 스타일을 더 보여주고 싶다"며 "트로트도 요즘 난리지 않나. 그런 것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한국 창작인, 한국 콘텐츠를 향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그들의 의견에 맞추려는 순간 진정성이 사라진다고 여긴다. 그 진정성이 사라지면 티가 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려고 한다는 걸 바로 알아차린다. 관객들은 진짜 나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을 통해 진짜를 보여주고자 했다. 우리의 진짜 문화, 나의 한국적인 감성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고자 했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걸 두려워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하면 그래서 더 잘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작품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여긴다. 한국 문화가 더 많이 사랑받는 유일한 길은 있는 그대로 자신 있게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