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진단, 글로벌 경쟁환경 속 위기와 기회[새정부 경제전략]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08.22 14:01
수정 2025.08.22 14:02

韓 잠재성장률, 올해 첫 1%대 추락

무역 구조 변화, 중국 기술 성장 변수

제조·조선업과 AI 기술 접목…피지컬 AI 동력 작용

전문가 “AI 기술 개발 인력 先창출” 강조

윤인대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8월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상세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기획재정부

정부가 22일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무너진 경제 성장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도구는 AI를 통한 기술 대전환과 첨단소재·부품, 기후·에너지·미래대응, K-붐업을 활용한 초혁신경제다.


추격경제를 탈피해 선도경제로의 전환을 꾀한다는 각오인데 대외적으로는 세계 무역 갈등이, 대내적으로는 잠재성장률마저 하락한 위기 속에서 제조업·조선·철강 등과 접목한 AI대전환을 발판삼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韓, 경제 성장 위기…정부, 잠재성장률 3% 목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업데이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5년 2.02%에서 2026년 1.98%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한국의 경제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이 일제히 하락하며 위기를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3%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1%대 후반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에는 1%대 초중반을, 2040년대에는 0%대로 전망돼 향후에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경제 성장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노동력과 자본은 물론 기술과 제도 등 총요소생산성(TFP) 감소를 의미해 한국 경제 전반이 위축돼 있다는 경고나 다름없다.


이 중 노동력의 경우 생산연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를 마주하고 있어 향후 돌파구를 찾는 게 과제가 됐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70% 아래로 하락한 후 2050년에는 51.9%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추후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노동투입의 성장기여도가 2025~2030년 0.1%p에서 2031~2040년-0.4%p로 전환할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가 강조한 AI 대전환을 위해서는 관련 기술을 개발할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홍우형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생산은 노동력과 자본력으로 나뉜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노동력이 양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라며 “이를 뒤집으려면 생산능력이 있는 인구를 늘려야 한다. AI대전환이라는 방향은 맞는데 그에 적합한 인력도 필요하다. 현재 이공계 해외인력 유출은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은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비수도권 국민의 49%, 중소벤처취업자의 89%, 취약계층이 가치창출에 참여할 기회조차 제약을 받아 성장영역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이는 곧 양극화 심화나는 악순환의 고리로도 연결된다.


통계청의 수도권-비수도권 지역총생산(GRDP)에 따르면 수도권 인프라와 투자 집중으로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며 비수도권의 총생산이 2015년을 기점으로 수도권을 하회하고 있다. 여기에 인구유출로 지역소멸 우려까지 가중되고 있다.


벤처투자 규모 역시 축소되고 있다. 초기 창업기업의 투자비중이 줄고 있고 유니콘기업도 미국(715개), 중국(162개) 등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14개)이 턱없이 적다.


소상공인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구조적 내수 위축, 코로나19 시기 대출 증가 및 금리상승 등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이로 인해 한국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자영업 폐업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


투자 위축과 맞물린 생산성 정체도 잠재성장률 하락에 불을 지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건설·설비투자 감소 요인도 있다”며 “투자가 침체됨에 따라 자본이 쌓이지 않게 됐고, 이로 인해 생산까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글로벌 통상 전쟁, 성장 양극화…경제 동력 저하


경기 평택항 부두 야적장에 철강과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뉴시스

한국 경제에 기반이 되는 성장동력도 위태롭다. 중국의 기술 추월이 현실화된 가운데 인공지능 전환(AX)·녹색전환(GX) 등 산업 대전환 속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도 뒤쳐질 위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모방이 어려운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어 현신 선도에 한계가 따른다.


한국의 경우 중화학 공업, 반도체 중심 IT 산업을 토대로 발전해 왔으나 신성장산업은 부재하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까지 더해지면서 세계무역질서에 급격한 변화가 따랐고,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정 품목의 수출 점유율만 봐도 최근 중국의 비중이 부각되고 있다. 전세계 무역량을 비교하는 UN Comtrade의 ‘한·중 석유화학·철강 글로벌 수출 점유율’을 살펴보면 석유화학은 지난 2010년 한국은 2.9%, 중국은 6.1%였으나 2024년에는 한국 3.6%, 중국 12.1%로 격차가 벌어졌다. 철강 역시 같은 기간 한국은 4.7%에서 4.8%로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중국은 10.9%에서 23.8%로 세력을 확장했다.


AX·GX 등 산업 대전환도 지체되고 있다. 기술경쟁력과 고급인력, 관련 인프라가 모두 부족한 까닭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도 OECD 평균(34.4%)보다 현저하게 낮은 9.0%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노르웨이(98.6%), 캐나다(65.9%), 독일(56.0%) 순으로 높았다.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지역별로 편중돼 AI 등 첨단산업에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신속 구축이 중요해졌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를 선도하기 힘든 상태다. 앞선 나라와 달리 자연 공간이 협소하다. 해상도 마찬가지”라며 “기존에 강점이 있는 철강과 조선, LNG기술력을 (우선)주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철강·조선·제조업 경쟁력 강화…AI 인력 창출 급선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에듀플러스위크 미래교육박람회에서 AI 클래스와 스마트 수업이 소개되고 있다.ⓒ뉴시스

한국이 철강과 조선업,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하나의 기회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번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기업, 공공, 국민, 기반조성 등 15개 분야에 대한 AI 기술 접목한 15대 선도프로젝트를 예고했다. 이를 인구 충격 성장의 돌파구로 제시했다.


더불어 ‘초혁신 경제 15대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눈에 띄는 분야는 LNG화물창, 초전도체, SIC반도체다. 현재 한국 경제가 마주한 위기 속에서 동아줄이 될 수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선업 분야에 주력해 이를 고부가가치를 가진 선박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업도 또 하나의 기획가 될 수 있다. 정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중국에게 제조를 맡기고, R&D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현재의 상황을 마주했다. 현재로써는 우리나라의 제조업 기반이 선진국 중 강하다는 게 큰 강점이 될 수 있다”며 “과거에는 제조업이 노동력만으로 이뤄졌는데 많은 것이 로봇과 자동화 기반으로 바뀌었고 그에 더해 숙련된 노동자가 투입되고 있다. 현 경제 위기 속에서 공정기술, 숙련도 높은 노동력, 기술 있는 로봇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피지컬 AI에 가장 적합한 게 철강, 조선업, 제조업”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AI대전환을 통해 경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력을 창출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이미 갖춰진 기술력에 투자하기보다는 기술을 만들어 낼 인력 창출에 예산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AI 산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공계 석·박사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점이다. AI를 구성하는 요소인 데이터, 프로그래밍, 인력 중 프로그램밍을 하거나 응용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단기적인 것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인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인력을 만드는 것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우리나라 AI는 초석을 다질 뿐 잠재성장률 3%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기업에 대한 투자도 함께 해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더했다. 김 교수는 “기업에게 투자하고 무언가를 요구해야 한다. 보통 회사는 10년 동안 모형을 만들고, 기술을 적용하면서 결과물은 낸다”며 “정부 지출승수 효과는 0에 가깝다. 이번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잠재성장률 3%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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