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관세 고착…한국 철강, 美 현지화 압박 커진다 [한미 관세협상]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08.01 14:17
수정 2025.08.01 14:18

한미 관세 협상서 철강·알루미늄 제외, 고율 관세 그대로

일본·EU는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한국만 대응 수단 없어

포스코는 영향 제한적이나 강관업계는 수출길 막혀

정치·제도 리스크에 현지화도 고난도 과제로 남아

@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한미 양국이 자동차·부품 등에 대한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금속 품목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되며 한국 철강업계는 50% 고율 관세가 고착되는 구조적 불이익에 직면했다. 특히 미국 내 생산기지가 없는 한국 철강사들은 일본·유럽 경쟁사 대비 실질 관세 회피 수단이 없어 수출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생산 인프라가 없는 구조에서 한국 철강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 대응 수단으로 현지화가 거론되고 있다. 일반 열연이나 강관처럼 수익률이 낮은 제품은 50% 관세 적용 시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고부가 제품 중심 전략도 장기적 한계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국내 철강사들이 불리한 구조에 놓인 이유는 단순히 관세율이 높아서가 아니라 미국 내 고정 생산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제철은 미국 철강사 US스틸을 인수해 현지 생산 인프라를 확보했고 아르셀로미탈을 비롯한 유럽계 철강사들도 미국 내 전기로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의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철강 수출 332억9000만달러 중 미국향은 43억4700만달러(13.1%)로 단일 국가 중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기업별로는 세아제강(36.5%), 현대제철(33%) 등 일부 강관·판재 수출 비중이 큰 기업은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


반면 포스코는 미국향 직접 수출 비중이 2% 이내로 낮아 관세 고착에 따른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고관세 상황에서도 수익이 나는 물량이 상당수이며 타 지역으로 전환해야 할 규모도 120만t 수준으로 관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고객사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 경우, 내수 과잉과 반덤핑 이슈가 맞물려 납품 물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간접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설립을 추진 중이나 가동 시점은 2029년 이후로 당장의 관세 회피 수단은 아니다. 특히 세아제강지주는 미국향 유정용 강관(OCTG) 수출 비중이 높아 코스피 상장 철강사 중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업계는 수출 차질이 국내 시장으로 되돌아와 내수 공급 과잉, 철강 단가 하락, 유통망 가격 협상력 약화로 이어지는 2차 파급효과도 경계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 특별법’ 통과와 같은 제도적 보완과 함께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중장기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현지화 전략 역시 막대한 투자비용과 인허가 부담, 노동·환경 규제, 정치적 리스크까지 수반되는 고난도 과제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조차 미국 정부와 노조 반대에 부딪힌 사례에서 보듯 단순한 설비 이전이 아니라 복합적 통상 대응이 필요한 영역이다.


업계는 현지화가 구조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 단독으로는 추진이 쉽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과 외교 협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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