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③] ‘대전환’ 속도 내는 선진국, 에너지 통제 못 하면 한국은 ‘필패’
입력 2025.07.29 06:00
수정 2025.07.29 06:45
‘기후에너지부’ 설립 논의 가속
환경 vs 에너지, 누가 주도권 쥘까
대세는 ‘탄소중립’…역행 어려워
“에너지 전환 없으면 경쟁력도↓”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가 속도를 더할수록 정책 ‘주도권’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환경과 에너지의 효과적이고 균형적인 통합을 강조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둘 중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부처 성격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산업계에서는 ‘환경’이 주도권을 쥐게 되면 국제 무대에서 산업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환경 전문가들은 경제 영향을 이유로 에너지가 부처를 이끄는 형태가 되면 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 전환’ 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 + 에너지는 국제적 흐름
현재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으면서 기후(환경)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하는 게 대세가 되고 있다.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선진국들은 비슷하면서도 각자 다른 모습으로 기후와 에너지를 함께 다루고 있다.
무게추의 기울기는 정책의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목표를 두면 에너지 정책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유럽 국가들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에너지를 제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환경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의견은 구체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대한 늘리고, 관련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산업과 건물, 수송 등 모든 부문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화석연료 퇴출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녹색연합은 “기후에너지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주무 부처가 아니라 또 다른 신산업 육성과 부흥 부처로 전락해선 안 된다”며 “국가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환경으로 치우치는 건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전환 속도를 지나치게 높이면 국가 경제와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에너지는 국가 기간산업의 동력원인 만큼 최소한의 대비(비축유 확보, 발전 설비 예비율 유지 등)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 융합학과 교수는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기후와 에너지 정책에 일관성이 유지되지만, 산업과 에너지부 분리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후와 에너지를 합쳐야 한다면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산업까지도 포괄하는 대(大)부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도 이미 탄소감축…에너지 제어는 불가피
분명한 점은 에너지 전환이 시대 과제라는 점이다. 특히 화석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바꾸지 않으면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유럽연합(EU)의 CBAM이다.
CBAM은 EU가 도입한 일명 ‘탄소 국경세’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을 EU로 수입할 때, 해당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대해 세금(또는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쉽게 설명해 탄소배출 저감을 하지 않은 국가나 기업의 물건을 수입할 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CBAM은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 수입업자들은 해당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 제출해야 한다. EU는 일부 품목에 점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EU를 비롯해 주요국들은 탄소 배출량에 기반한 무역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뒤처져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미 올해까지 탄소중립 전환이 미흡한 공급업체와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한국 기업이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될 위험이 크다.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업체들이 글로벌 대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2030년까지 최대 1425억 달러(약 158조원)의 잠재적인 수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녹색전환연구소장을 지낸 이유진 대통령실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은 “(기후에너지부) 골자는 기후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전환과 산업 전환이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부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재정 없이 기후위기 대응은 어렵다. 이행 점검, 불이행 시 평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역할 강화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기후 빠지면 ‘반쪽’ 전락…탄소중립·녹색성장 어떻게[조직개편④]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