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IP가 필요하다 [한국형 공포물이 보고싶다③]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7.31 14:13
수정 2025.07.31 16:17

현재 한국 공포영화 시장이 힘을 잃었다 하더라도 관객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공포영화는 꾸준히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2000년대 '장화, 홍련', '알포인트',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등의 한국 공포영화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면 2010년대에는 '컨저링'과 '애나벨',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 외화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특히 '컨저링'은 1편부터 226만 관객을 동원하며 공포물에 대한 국내 관객의 수요를 보여줬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오컬트물 중심의 공포 장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에 이어, 애니메이션 ‘퇴마록’과 영화 ‘검은 수녀들’ 등도 관객의 관심을 끌며 장르에 활기를 더했다. 특히 ‘퇴마록’은 소설 원작 IP를 기반으로 일정 팬층을 확보한 특수한 성공 사례로, 2편 제작까지 확정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인 사례에 가깝고, 한국 공포영화 전반에서는 여전히 지속 가능한 IP 및 프랜차이즈, 상징적 캐릭터의 부재가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할리우드에서는 '스마일', '인시디어스', '컨저링 유니버스' 등 해외 공포영화의 경우 뚜렷한 세계관을 설정한 후 이야기를 계속해서 확장시키며 시리즈화 구축에 성공했다. 그 결과 '컨저링 유니버스'의 발락, '인시디어스'의 열쇠귀신, '애나벨'의 '애나벨' 등 작품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등장했고, 이는 시리즈의 장기적인 흥행에 기여할 수 있었다.


외화의 경우 작품색이 뚜렷한 감독이 일정 수준의 티켓 판매량을 보장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유전', '미드소마', '보 이즈 어프레이드' 의 아리 애스터, '겟아웃', '어스', '놉'의 조던 필이 있는데, 두 감독 모두 공포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회적 메시지와 아름다운 미장셴을 결합해 충성도 높은 팬층을 확보했다.


그러나 한국은 '여고괴담'과 '무서운 이야기'를 제외하면 공포 장르에서는 시리즈를 통해 브랜드를 형성하지 않고 있으며 한 감독이 특정 장르에 머무르는 경우도 드물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A24, 다크캐슬 등 공포 영화를 전문 분야로 둔 해외 제작사와 달리, 국내에는 특정 장르에 특화된 제작사가 거의 없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세 제작사 모두 각자만의 브랜드 철학에 따른 마케팅 방식으로 높은 수익을 올렸는데, 대표적으로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은 저예산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대신 감독의 창작권을 보장하고, 그만큼 독특한 영화를 만든다는 이미지를 구축했으며 그 결과 '겟 아웃'(2017), '해피 데스데이'(2017), '인비저블맨'(2020), '프레디의 피자가게'(2023) 등의 작품이 탄생했다. 콘텐츠를 향한 신뢰도가 흥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영화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한국의 경우 2010년대부터 고스트픽처스와 413픽처스, 언파스튜디오 등 공포 전문 제작사가 설립되었으나 언파스튜디오의 ‘뉴 노멀’(2023)이 가장 최근 개봉한 작품이다. ‘옥수역 귀신’(2023), ‘6시간 후 너는 죽는다’(2024) 등의 작품을 선보인 미스터리픽처스가 현재로선 국내에서 가장 공포 장르에 집중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제작사다.


결국 영화인들의 성장을 뒷받침할만한 장기적인 제작 시스템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재미있는 작품이 많이 나왔다. 아직 단편이나 독립영화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콘텐츠를 제작사가 가져와야 하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기도 하다. 결국 장르영화를 위한 투자와 제작이 자리를 잡아야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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