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이는 두려움이 아닌 성장입니다" 문화세상고리 백승희 대표, 다문화 감수성 교육의 길을 열다
입력 2025.07.21 18:58
수정 2025.07.22 00:11
안산 원곡동에서 출발한 협동조합, 전국 다문화 교육의 모델로 주목
체험을 넘어 공존으로… 이주 여성이 주체가 되는 상호문화 교육 실현
"아이의 시선, 사회의 변화… 다문화 감수성은 지금, 여기서부터"
"다름을 이해하는 순간, 사회는 성장합니다."
– 문화세상 ‘고리’ 협동조합 백승희 대표가 말하는 다문화 교육의 힘
안산 원곡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는 다문화 교육 사회적기업 '문화세상 고리 협동조합'이 설립 10년을 맞았다.
이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백승희 대표는 "차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성장"이라며, 다문화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교육이 사회 통합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백 대표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서로의 문화를 더 많이 알수록 함께 만들어갈 세상도 더 넓어진다"며 다문화 교육의 현장과 철학, 그리고 향후 비전을 밝혔다.
백 대표는 지난 6월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다문화 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문화가 문화를 잇는 고리, 그리고 문을 여는 문고리"
백 대표가 이끄는 문화세상 고리는 2014년 안산에서 중국,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온 결혼 이주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출발했다.
초기에는 단순한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이었지만, 현재는 연간 1,400회 이상의 '찾아가는 다문화 이해교육'을 통해 아동·청소년·성인을 대상으로 감수성 중심의 상호문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조합 이름인 '문화세상 고리'에는 문화를 잇는 '고리'와 새로운 문화를 여는 '문고리'라는 이중의 의미가 담겨 있다.
백 대표는 "우리가 직접 다양한 문화를 연결하고 입구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조합명과 우리의 정체성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거리, 살아있는 교육 현장으로 재탄생
문화세상 ‘고리’의 활동 무대인 안산 원곡동은 전국에서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인구의 약 89%가 이주민이다.
문화적 이질감이 뚜렷한 이곳에서 문화세상 고리는 '다문화 거리 미식 투어', '청소년 여름캠프', '안산 품은 학교', '원곡동 탐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과 이주민이 어울리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백 대표는 "이제 원곡동은 음식, 언어, 생활 방식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다문화 교육 공간"이라며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하는 선진 커뮤니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편견을 깨는 놀이, 미래를 여는 교육
문화세상 고리가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대표 프로그램은 '찾아가는 다문화 이해교육이다.
단순한 문화 소개를 넘어, 학생들이 직접 전통의상을 입고, 음식을 만들고, 놀이를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문화를 이해하도록 구성돼 있다.
이 외에도 '리틀아시아 놀이학습' 보드게임은 이주 여성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해 편견을 해소하는 교육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지역 밀착형 체험 프로그램들도 꾸준히 운영 중이다.
"이주여성을 '지원 대상' 아닌 '교육 주체'로"
백 대표는 "결혼 이주 여성들이 사회에서 종종 '지원의 대상'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문화세상 고리는 강사들이 교구 개발, 축제 기획 등 전방위적 활동에 참여하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세상 고리는 1인 1표의 의사 결정 구조, 정기적 수입 보장, 가족의 지지 체계 등을 통해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입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손 흔드는 아이의 변화, 그게 시작입니다"
백 대표는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처음엔 낯설다며 울던 아이가, 교육 후 먼저 강사에게 손을 흔들며 '선생님'이라 부르던 장면"을 떠올렸다.
또 다른 강사의 자녀가 "우리 엄마는 사회에서 선생님이야!”라고 말하던 모습도 교육의 효과를 체감하게 했다고 전했다.
"전국으로 퍼지는 문화의 고리, 존중의 사회를 향해"
문화세상 고리는 향후 안산을 기반으로 시흥, 화성, 아산 등 전국 단위로 활동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영화 '데몬 헌터스'를 보며 이질감과 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한다.
백 대표는 "우리는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을 통해, 아이들과 시민이 세계시민으로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며 "차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해와 존중으로 연결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