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브랜드] "과일로 팬덤이 된다?" 자사몰로 증명한 '마담주'의 진심
입력 2025.07.16 09:00
수정 2025.07.16 09:00
프리미엄 과일 브랜드 '마담주' 황은주 대표 인터뷰
팔리는 상품을 넘어, 신뢰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 브랜드 커머스의 중심에는 이제 자사몰이 있다. 자사몰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일군 창업자들의 여정을 들여다보았다. 성과보다 먼저 찾아온 망설임, 시행착오 속에서 내린 선택, 그리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쌓아올린 과정까지.
‘감도 높은 과일 선물은 왜 없을까?’
그 작은 물음에서 마담주는 시작됐다. 2019년, 블로그에서 한 명 한 명 주문을 받으며 조용히 출발한 브랜드는 이제 ‘마담 주민’이라 불리는 팬덤과 함께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광고 없이 5년 간 연매출 1300% 성장을 이뤘고, 전체 매출의 95%를 자사몰에서 만들어내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첫해 매출은 5억 원에 불과했지만, 내년에는 연매출 100억 원을 자신 있게 내다보고 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프리미엄 과일 선물 시장을 가장 먼저 개척하고, 과일을 취향과 문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마담주의 여정. 하지만 그 길은 치밀한 계획보다 뜻밖의 우연, 계산된 전략보다 직관에 맡긴 선택의 연속이기도 했다.
청담동에 과일 쇼룸을 연 이유
“백화점 과일 바구니는 너무 흔했고, 디테일한 과일 서비스는 없었어요.”
황은주 대표는 사업을 준비하던 당시에 이미 시장의 공백을 감지하고 있었다. 정형화된 과일 바구니와 뻔한 구성. 과일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선물이지만, 정작 감도 있게 고른 상품은 보기 힘들었다. 전직 식품 MD였던 황 대표는 이 틈새에서 가능성을 봤다.
사실, 사업을 서두르게 된 더 현실적인 계기는 2015년 메르스 사태였다. 남편이 운영하던 B2B 과일 납품 사업이 각종 행사 취소로 무너졌고, 그 여파 속에서 육아 중이던 황 대표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은 B2C 과일 선물 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랴부랴 블로그에 첫 게시글을 올리고, 주문을 받았던 게 마담주의 시작이었다. 밤마다 아이를 재운 뒤 과일을 고르고 손수 포장했다. 생화를 곁들인 포장은 꽃다발을 닮았고, 구성은 한 박스에 여러 가지 과일을 담는 혼합형이었다. 백화점 선물과는 전혀 다른 감성과 방식이었다. ‘마음 담아 주다’라는 뜻이 담긴 브랜드명 그대로, 한 해에 한 번 수확되는 과일의 계절성과 농부의 정성, 선물하는 이의 마음을 함께 담아 전달하고 싶었다.
고객들은 마담주가 내놓은 ‘과일 꽃다발’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감도 높은 포장, 소량 혼합 구성, 계절이 담긴 큐레이션. 과일 하나로도 이토록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마담주는 처음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루는 주문서를 보는데, ‘예비 신부’라고 적힌 메모가 꽤 보이더라고요. 시댁에 드릴 예단 과일을 찾고 계셨던 거죠.” 황 대표는 이 반응을 발 빠르게 포착해 청담동 웨딩 골목에 쇼룸 겸 매장을 열었다. 과일의 선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던 고객들의 니즈를 현장에서 세심하게 챙기며, 마담주는 ‘감도 높은 예단 선물’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명절과 예단 같은 시즌 수요만으로는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웠다. 황 대표는 과일을 일상적으로 소비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했고, 그 무렵 ‘망고’가 작은 전환점이 됐다. 당시만 해도 비싸고 낯설었던 망고를 공동구매 방식으로 판매했더니, 놀랍도록 반응이 좋았던 것이다. 이후 마담주는 선물 중심에서 일상 소비까지 브랜드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시작했다. 선물용 과일만이 아니라, 매일 먹고 싶은 일상 과일까지. 마담주의 감도는 그렇게 더 넓고 깊어지고 있었다.
월세 걱정하던 위기의 3개월, 그리고 뜻밖의 반전
그렇다고 마담주의 성장이 마냥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블로그 입소문만으로 수백 건의 주문이 밀려오며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고객이 늘수록 운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진짜 새벽 세 시, 네 시까지 포장했어요. 주문이 삼백 건, 오백 건 이렇게 막 늘어나는 거예요.” 한창 잘될 땐 트럭 위에서 과일 박스를 싸며 버텼지만, 주문 누락과 오배송이 늘면서 시스템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바로 이 때였다. 마담주가 자사몰을 열고, 물류 창고를 마련했던 시점이. “시장에선 ‘백 박스 정도는 우리가 보관해줄게’ 하셨는데, 저희 물량이 많아지니까 더 이상 감당이 안됐던 거죠. 어쩔 수 없이 그때 처음으로 창고를 얻었어요.” 하지만 기대 만큼 주문은 늘지 않았고, 창고 월세는 묵직한 고정 비용으로 황 대표를 짓눌러왔다.
“정작 다 세팅하고 나니까 주문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괜히 벌렸나? 이 월세 감당하면서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렇게 적자가 3개월 이어지며 내부에서도 흔들림이 생기던 시점, 뜻밖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대부분의 오프라인 사업이 주춤하던 그때, 마담주는 반대로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저희는 자사몰도 세팅돼 있었고, 물류도 돌아가고 있었거든요. 진짜 타이밍이 기가 막혔죠.”
대면 선물이 어려워진 시기, 사람들은 마음을 전할 방법을 찾고 있었고, 마담주의 ‘감도 높은 과일 선물’은 그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웠다. 자사몰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운영 구조는 팬데믹 특수와 맞물리며 폭발적인 수요를 일으켰고, 마담주는 다시 한 번 성장의 파도를 타게 됐다. 무엇보다 이 시기는 마담주가 단순히 ‘잘되는 대목 장사’를 넘어 ‘지속 가능한 브랜드 사업’으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됐다.
“그 시절은 과일이 아니라 마음을 파는 기분이었어요. 저희도, 고객도 절실했던 거죠.” 그 절실한 순간, 마담주는 ‘예쁘게 포장된 과일’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함께 쌓아갔다. 정제된 자사몰은 마담주의 세계관과 감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온라인 쇼룸이 되었고, 매번 다른 기획 박스와 진심 어린 배송 메시지는 고객의 기억에 남았다. 익숙한 플랫폼이 아닌 마담주만의 공간에서 경험한 감동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과일 팔다 흑돼지까지? 제주에서 확장된 마담주의 세계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며 마담주가 성장의 급물살을 타고 있었던 그 시기. 황은주 대표에게 전혀 다른 전환점이 찾아왔다. “그때 둘째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코로나 때문에 첫째는 어린이집을 못 가고, 애들은 집에만 있고, 저도 출근을 못 하고. 진짜 답답했죠.” 육아와 코로나, 일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겹쳐 잠깐 떠난 제주도 여행. 그것이 시작이었다. 3박 4일이 2주가 되고, 한 달 살이가 됐다. “애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그때 제주 생활이 너무 좋았고요. 근데 제가 일을 안 하면 안 되는 성격이었어요.”
황 대표는 그곳에서도 무언가를 발견한다. 바로 ‘초당옥수수’다. “생으로 먹었는데, 진짜 충격이었어요. ‘이건 거의 과일인데?’ 싶었죠. 그때 처음으로, 이걸 마담주에서 팔아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시작된 시도는 예상보다 폭발적이었다. 과일 비수기였던 봄철, 초당옥수수는 훌륭한 대안이자 실험적 신제품이 됐다. 그 뒤를 이어 흑돼지, 갈치, 콜라비 같은 제주 특산물이 하나둘 마담주의 상품 목록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처음엔 반대했어요. 과일 가게에서 무슨 흑돼지냐고. 저도 고민이 많았죠. 이러다가 그냥 팔이피플 되는 거 아닐까, 제가 브랜드를 흐리는 게 아닐까하고요.” 하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사장님, 제주에 계속 계시면 안 돼요?’ ‘그냥 거기서 뭐든 재밌는 거 팔아주세요.’ 고객들은 황 대표의 제주살이를 대리 체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농가 방문기, 현지 사진,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기록하면, 고객들은 그걸 통해 ‘자연 속 생산자’와 연결되는 즐거움을 느꼈다. “제주 사진 보고 있으면 대신 여행 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다들 갇혀 있을 때였잖아요. 그 타이밍이 또 잘 맞았던 거죠.” 당시 마담주는 제주를 통해 단순한 프리미엄 과일 판매점을 넘어, 계절과 지역의 맥락을 담는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었다.
한편, SNS를 통한 정서적 교류는 끈끈한 팬덤으로 이어지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황 대표는 고객들을 ‘마담 주민’이라 불렀고, 고객들은 황 대표를 ‘과일 대장’이라 부르며 마담주를 응원하고 지지했다. 그리고 이 팬덤은 안정적인 매출 구조로 연결되는 든든한 기반이 됐다. 실제로 마담주는 전체 매출의 95%를 자사몰에서 발생시키고 있으며, 재구매율은 66%에 달한다. 특별한 광고 없이도 감도를 알아보는 팬들의 자발적인 정액권 구입과 리뷰 참여는 마담주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취향과 신뢰를 공유하는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마담주에게 자사몰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다. 시즌에 따라 상품을 조정하고,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브랜드의 핵심 인프라였다. 신선식품 특성상 빠른 운영 변경이 필수인 만큼, 마담주는 별도 개발 인력 없이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고, 디자인 수정과 관리가 간편한 아임웹 기반 자사몰은 고객과의 접점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과일이 끝까지 가치 있도록… 마담주가 그리는 과일의 빅피쳐
“과일은 기다려주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탱탱함과 윤기를 잃고, 단맛이 사라지는 과일의 운명. 그것은 마담주가 날마다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썩은 복숭아를 박스째 버려야 했을 때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과일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 생기를 잃잖아요. 그게 신선 과일이 가진 운명이죠.”
마담주는 그 숙명을 브랜드 설계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과일이 끝까지 가치를 잃지 않도록, 생애주기를 고려한 새로운 활용 방식과 상품군을 시도한 것이다. 손질 과일 중심의 세컨드 브랜드 온푸(Onfu)가 그 해답이었다. “온푸는 과일이 끝까지 가치 있게 소비될 수 있도록 고민하며 시작한 브랜드예요. 단순히 남은 과일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과일 하나하나가 마지막까지 ‘맛있게 소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온푸는 ‘과일을 가장 잘 아는 브랜드’가 만든, 일상 속 과일 경험에 대한 제안이다. 감도 높은 선물 중심의 마담주와 달리, 컵과일・주스 등 일상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포맷으로 접근성을 넓혔다. 또한 마담주가 프리미엄 이미지로 굳어지며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온푸는 보다 유연한 브랜딩으로 콜라보레이션과 실험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됐다.
지금 마담주는 단순 판매를 넘어 과일의 유통, 소비, 경험, 그리고 잉여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브랜드의 밸류체인을 넓혀가고 있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고민하며, 과일이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을 설계 중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문화’라는 지향이 있다.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과일을 직접 따보면… 그 경험은 평생 가더라고요. 마담주는 그냥 과일을 파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오가는 통로, 그리고 과일이라는 매개를 통해 문화를 만들어가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그런 체험의 영역도 나중에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 내내 반복되던 ‘마음’이라는 단어. 결국 마담주가 다루는 건 과일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정성을 담아 고르고, 따뜻한 진심으로 건네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경험.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마담 주민들까지. 과일 하나에서 시작된 마음은, 사람들을 이어주고 문화를 만든다. 그것이 마담주가 그리는 과일의 빅피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