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배우가 사라진다 [영화에 뛰어든 AI②]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7.09 08:56
수정 2025.07.09 08:56

“AI기술은 영화 기획에서 시나리오 개발, 맞춤형 콘텐츠 생성, 촬영, 후처리, 배급, 마케팅 등 영화산업 전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CGV

2024년 5월 영화의전당이 'AI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김진해 영화의전당 대표이사가 전망한 내용이다. 그로부터 7개월 후 개봉한 영화 '원정빌라'는 국내 최초로 후반 작업에 AI 기술을 도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제작진은 "AI는 본편 편집과 음악 제작, 엔딩 타이틀 등 다양한 공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며 "약 30%의 제작비 절감 효과를 실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AI 기술를 이용해 콘텐츠를 제작한 다수의 감독은 15분가량의 단편영화를 제작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4배에서 최대 10배가량의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CGV의 'AI 영화 공모전'의 대상작 '더 롱 비지터'(The Wrong Visiter)를 제작한 현해리 감독은 "지난해 말부터 생성형 AI가 빠르게 업데이트 되면서 원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뽑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현 감독은 "보통 영화를 실제로 촬영할 때면 캐스팅, 로케이션처럼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이제는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프롬프트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상상력만 있고 기획력만 있으면 단편영화는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렸고, 그래서 시나리오 지망생, 감독 지망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생성형 AI를 이용해 스스로 입봉을 해서 데뷔를 많이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GV의 'AI 영화 공모전'에서 '은하의 고양이 택배'로 우수상을 수상한 김영현 감독은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영화계에 진출한 인물이다. 김 감독은 "영화감독이 꿈이었지만 마음에만 품고 있다가 AI 기술이 발전하는 것을 보며 내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나 장면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은하의 고양이 택배'를 혼자서 제작했다는 김 감독은 "(생성형 AI 툴의 발전으로) 상상하던 장면들을 현실적인 제약을 뛰어넘어서 만들 수 있다는 데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런 것들은 제작비나 명성이 있지 않은 이상 기회를 얻기 힘들지 않나. 그런데 이제는 AI 툴 덕분에 개인도 어느정도 자기가 생각하는 비전을 만들어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작비부터 제작 인원까지. 촬영 규모 자체를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만큼, 창작자의 독창성과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에 영화 '고해성사'를 출품한 장권호 감독은 "앞으로 창작자는 남들이 가지 않는 '엣지'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AI 영화 제작은 사람이 많다고 유리하지 않다. 소수의 인원이 멀티플레이어로서 다양한 AI 툴을 자신의 비전에 맞게 조합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AI의 표현 범위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낸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도쿄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제작자들은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로케이션 촬영은 창의적인 영감과 문화적 특성을 잘 담을 수 있는 필수적인 도구라고 말했다.


공연 및 영화관계자는 “AI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만큼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흔히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는 것처럼 세밀하고 디테일한 감정의 표현과 전달은 기계가 절대 따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무대의 경우 배우와 관객이 직접 함께 호흡해야 하는 만큼 AI가 배우의 영역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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