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리스크에 채권은 예외?…“영향 제한적” vs “불안심리 작용”
입력 2024.12.13 07:00
수정 2024.12.13 07:00
국고채 금리 2.4%~2.7%대 유지…증시·환율 대비 안정적
과거 탄핵 정국에도 변동↓…일각서는 경제 충격파 우려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것과 달리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시장을 방어하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채권시장의 전망을 두고 상반된 진단을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금리(1·2·3·5·10·20·30·50년)는 2.4~2.7%대에서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직후에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약세를 보였으나 박스권에서 강세와 약세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비상계엄 여파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증시·환율과 대비된다. 코스피지수는 비상계엄 이후 첫 거래일인 4일부터 9일까지 연속 하락하며 4.2%(2464.00→2360.58) 내렸으나 10~12일 3거래일간 연속 상승하며 2.66%(2417.84→2482.12) 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은 지난 3일 밤 야간거래에서 1446.5원까지 급등한 이후 1420~1430원대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로 인해 단기적 상한선으로 여겨지는 145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시장금리는 정치적 요인보다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탄핵 정국에 의해 외국인의 일시적 매도세가 발생할 수 있으나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리면서 2%대 중반에서 움직이는 등 하향 안정화된 모습”이라며 “주식·외환시장과 비교했을 때 채권시장은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과거 주요 정치적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홀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앞서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 기각 사례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당시 국내 증시와 환율은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으나 채권시장의 변동 폭은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이후에는 국고채 금리가 국내 정치 리스크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 대외적 요인에 연동됐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당시 채권시장에 정치적 요인이 미친 영향이 단기적이었을 뿐 아니라 채권금리의 하방 압력이 유지됐는데 이를 고려하면 현 정국 역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조치 등으로 시장 안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국내 요인이 채권금리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서 채권 비중을 확대하는 게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치 관련 이벤트들이 일부 해소되기 전까지 채권시장이 약세 흐름을 보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금융시장의 3대 지표(증시·환율·채권) 중 채권이 증시·환율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약세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 뿐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현 정국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라는 내란 행위에서 비롯된 만큼 과거와 달리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등 상반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에 불안심리가 확산될 수 있어 시장별 영향에 상관없이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는 게 우선이라고 단언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시장 역시 불확실성을 약세 재료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번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결정되기 전까지 외국인의 이탈 압력 강화, 내년 초 재정 확대에 대한 불안요인을 프라이싱(가격책정) 할 것으로 예상돼 채권금리 역시 상승 압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은 현재 가장 경계해야 점”이라며 “정치권의 분열이 또 다시 반복돼 빠른 시일 내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국내 금융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은 물론 경제 충격파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