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4년 걸친 합병 '끝'… 가격 인상 등 우려 해소 '관건'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4.11.29 10:40
수정 2024.11.29 11:05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EU 경쟁당국 승인 따내

신주인수 완료시 합병 절차 끝… 미국 소송 없을 듯

고용유지, 마일리지, 항공권 가격 인상 등 우려도 공존

양사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거대 LCC'도 탄생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각 사

햇수로 4년에 걸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심사가 끝을 바라보고 있다. 기업결합심사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지는 EU 경쟁당국(EC)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얻어내면서다. 다음달 중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주 인수를 마무리하면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과 함께 양사의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LCC 통합 절차도 시작될 예정이다.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EC는 앞서 올 2월 기업결합 조건으로 ▲ 유럽 4개 중복노선(파리·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로마)에 대한 신규 진입 항공사의 안정적 운항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 매수자 승인 절차 등을 내걸고 조건부 승인을 결정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운항승무원, 항공기 등을 지원해 티웨이항공으로 중복노선을 이관하고 '여객'부문의 우려를 해소했다. 화물 부문의 조건은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을 에어인천으로 매각하면서 충족시켰다.


EC는 "에어인천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서 독립적이며 양사 및 다른 경쟁자들과 존립할 수 있고 적극적인 경쟁업체로서 매각 사업을 유지하고 전개할 수 있는 재정적 자원, 입증된 경험과 인센티브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대한항공은 햇수로 4년 만에 합병을 위한 절차를 사실상 매듭짓게 됐다. EC 승인으로 현재 14개의 필수신고국 중 미국 한 곳만을 남겨두게 됐는데, 미 법무부(DOJ)의 경우 양사 합병에 대해 별도의 독점 소송을 걸지 않는다면 별도의 절차 없이 승인이 완료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소송제기를 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내달 중순 경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주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의 편입을 마칠 계획이다. 총 1조5000억원의 인수 대금 중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잔금 8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거래를 종결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88%를 확보하게 된다.


 "합병 후 항공권 가격 오르면 어떡하지?"… 남은 과제는


올 연말 자회사 편입 완료 후 내년부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본격 합병이 속도를 낼 예정이다. 과제로는 ▲고용 유지 ▲마일리지 통합 ▲ 소비자 선택 독과점 우려 해소 등이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고용 유지는 합병 절차 시작 전부터 우려됐던 사항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일반 노조 등은 고용유지 관련 면담을 대한항공에 요청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있다며 집단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양사의 합병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도 큰 숙제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일로부터 6개월 이내 통합방안을 제출하고 공정위의 승인을 얻어 시행해야하며, 마일리지 제도는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가치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는 만큼 '전환율' 책정이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마일리지가 적용되는 시점은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완전히 흡수되는 2년 뒤부터다.


합병 후 독과점 피해로 꼽히는 '항공권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도 해소해야한다. 국내 대형항공사(FSC) 중 경쟁사가 없어지는 만큼 항공권 운임이 상승하고, 서비스에 제약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다만,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중 향후 10년 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운임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는 만큼, 운임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여러차례 밝혔듯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으며, 향후 통합항공사의 사업량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필요한 인력도 자연스럽게 늘기 때문에 인력 통합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객들에게 있어 양사 마일리지 간 공정하고 합리적인 전환비율 설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를 감안해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 전환 비율을 결정할 것"이라며 "항공 시장은 글로벌 항공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치열한 경쟁 시장이다. 글로벌 항공시장에서는 통합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운임을 인상하기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양사 합병에 따른 '통합 저비용항공사(LCC)'도 출범할 예정이다. 양사 합병시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3개의 LCC가 통합 운영하는 방안은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부터 논의돼왔으며, 각 사 역시 '통합 LCC TF'를 개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LCC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단 규모 확대와 원가경쟁력 확보가 필수인 만큼 3사의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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