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멀어진 호텔롯데, 지분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 나서나
입력 2024.11.26 06:53
수정 2024.11.26 06:53
캐시카우 면세사업 부진...1년 새 영업이익 1200억원 감소
롯데렌탈 매각 검토...체질개선 및 호텔 인수 등 활용 가능성
호텔롯데가 캐시카우인 면세사업 부진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최근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와 함께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 출범을 통해 쇼핑, 제과, 음료 등 주요 계열사를 아우르게 됐지만 물산, 건설, 알미늄 등 일부 계열사는 여전히 호텔롯데의 지배를 받는 형태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다.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 후 롯데지주를 합병,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끊고자 했다. 하지만 2016년 사드 사태에 이어 신 회장의 사법리스크, 코로나19 등으로 상장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엔데믹 전환 이후에는 글로벌 여행 트렌드가 면세점 쇼핑에서 체험 위주로 바뀌면서 호텔롯데의 캐시카우인 면세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는 92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1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새 1200억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고환율에 따른 상품원가 상승과 희망퇴직 시행으로 인한 퇴직급여 증가 등이 더해지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면세사업 부진으로 호텔롯데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영업이익도 –285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면세사업은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표현이 붙었을 정도로 효자 사업이었지만 현재는 아픈 손가락으로 위상이 떨어졌다.
3년 전인 2021년 3분기만 해도 면세사업의 매출 비중은 호텔롯데의 81.1%로 높았지만 현재는 65.4%로 15.7%p 하락했다.
주력 사업의 부진은 호텔롯데 재무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호텔롯데의 유동자산은 2조3819억6700만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약 4062억원 감소했다.
당장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적지만 단기간 내 면세사업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호텔롯데가 국내 렌터카 1위 및 종합 렌탈 기업인 롯데렌탈 지분 매각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렌탈 측은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추진 보도와 관련해 외부로부터 롯데렌탈 지분 매각에 대한 제안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롯데렌탈 최대주주로 37.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부산롯데호텔(22.83%)의 지분까지 약 60.67%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체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질 경우 매각 규모는 1조원이 넘을 것이란 시장 전망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매각이 성사될 경우 매각대금을 단기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해외 면세점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체질개선에 사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미국 호텔 추가 인수 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계열사 매각 결정이 호텔롯데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전반의 사업 부진과도 맞닿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롯데는 최근 유동성 위기설로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에 롯데지주 측은 "계열사들과 원활한 협의를 통해 안정적 경영을 유지하고, 필요 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이번 현안과 관련해서는 롯데지주 중심으로 주채권은행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측에 따르면 10월 기준 롯데그룹의 총 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5조원에 달한다.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은 롯데케미칼 4조, 롯데쇼핑 2.5조, 롯데지주 1.9조, 롯데캐피탈 1.9조, 호텔롯데 1.5조, 롯데건설 0.9조,기타 롯데물산 외 2.7조 등 15.4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