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중·한화오션, 10조 호위함 놓쳤지만 '80조' 잠수함 남았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4.11.12 06:00
수정 2024.11.12 06:00

HD현중·한화오션, 함정 수주 경쟁

양사 최근 호주 호위함 수주 경쟁에서 고배

폴란드·캐나다·필리핀 3개국의 발주 남아

전문가 "남은 수주 경쟁 많아...원팀 꾸려야"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수출용 잠수함(HDS-2300)의 조감도.ⓒHD현대중공업

방산 수주 경쟁이 한창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폴란드·캐나다·필리핀 등 3개국이 발주하는 함정 수주를 따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함정 시장의 규모와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이번 수주가 향후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한팀을 꾸려야 남은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최근 호주 정부가 발주한 10조원 규모 신규 호위함 사업에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밀리며 고배를 마셨다.


가시권에 들어왔던 대규모 방산 프로젝트를 놓치면서 남은 잠수함 수주전이 더욱 절실해졌다. 호주 호위함 사업 실패를 교훈삼아 더욱 체계적인 수주 전략을 세워야 할 상황이다.


우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캐나다 해군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을 따내기 위한 장외전을 치른다. CPSP는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합 4척을 3000t급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순수사업비만 10~20조원이 예상되고, 추후 후속 군수지원까지 포함하면 총 60~70조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배를 마신 호주 사업 규모(10조원)에 약 7배나 달한다.


업계는 이번 사업의 관건을 '잠항 능력'으로 본다. 캐나다 해군의 경우 태평양을 비롯해 대서양, 북극해 등 광범위한 해안선을 방어해야 한다. 높은 수준의 잠항 능력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캐나다 군은 이밖에도 공기불요추진체계(AIP), 미군 장비와의 호환 및 후속 지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폴란드에서도 수주 경쟁에 한창이다. 폴란드 군은 잠수함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오르카’(ORK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3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사업 규모는 4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조선사 가운데 총 11개 기업이 참가 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미 K9 자주포와 K2 전차 등을 통해 한국산 무기체계의 역량을 확인한 폴란드가 잠수함 역시 우호적인 한국에 맡길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도 2조원 규모의 중형급 잠수함 2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필리핀은 태평양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하나의 관문으로 해군력 증강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업계가 3개국의 수주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이번 수주가 향후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세계 각국은 국방력 증강에 열을 올리며 신규 함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수주를 따내는 것은 연이어 발주될 사업에 보증수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수함 수출 같은 경우는 아직 많은 경험이 없다"면서 "수십 조 단위 수주 경쟁은 사실상 처음인데, 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향후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상당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소한 숏리스트 후보에는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패 요인을 냉철하게 분석해봐야 한다"면서 "호주는 원팀 체제를 구성한 독일과 일본에 높은 점수를 줬다. 국내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지만, 호주 정부는 개별적으로 참여한 형태에 우려를 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 주도로 원팀을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연구위원은 "폴란드 뿐 아니라 캐나다 정부도 상당히 빠른 납기를 요구하는 상황인 것으로 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아무리 능력이 좋다고 해도, 케파 구조상 협력하지 않으면 절대 납기를 맞출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기업들과 정부가 중요한 수주를 앞둔 시점에서 현재 국내 방산업계 수출 현실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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