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證이 다시 쏘아 올린 공...증권사 ‘리스크 관리’ 긴장 고조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10.16 07:00
수정 2024.10.16 09:18

ETF LP 업무 무관 장내 선물매매...1300억 손실 은폐 드러나

김상태 사장, 조직 개편 통한 위험 관리 체계 강화 추진 ‘무색’

당국 전수 조사…CFD·랩신탁 사태 후 신뢰 회복 노력 저하 ‘위기’

신한투자증권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TP타워. ⓒ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핵심 경영 키워드로 ‘내부통제 강화’를 내세웠지만 최근 선물매매 관련 대규모 손실 사태가 터지면서 그간의 노력이 공염불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증권업계 전반의 내부통제 부실 리스크와 신뢰 추락, 금융당국의 고강도 조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재현될 것이라는 업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올해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왔지만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증권가를 덮친 내부통제 실패 악몽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이는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약 1300억원의 운용 손실이 발생했다고 지난 11일에 공시한 것이 발단이 됐다.


ETF LP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선물옵션부에서 지난 8월 2일부터 이달 10일 사이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했고 당시 시장이 급락하면서 과대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이를 스와프 거래(미래 특정 시점 또는 특정 기간을 설정해 금융자산 등을 교환하는 거래)인 것처럼 허위 등록해 손실을 감춘 사실까지 뒤늦게 드러났다. 신한투자증권은 누락된 손실과 허위 거래를 지난달 기준 분기 결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야 발견했다.


신한투자증권이 기록한 손실액 1300억원은 최근 7년 간 국내 증권사들이 금융사고로 입은 손실 규모를 뛰어넘는다.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7년 동안 발생한 증권사의 금융사고는 1113억3300만원(47건) 규모다.


특히 업권에서 선도적으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선 신한투자증권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내부 통제와 위험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올해부터 리스크관리본부를 그룹으로 승격해 전사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고객리스크관리부’를 신설해 고객자산 보호를 강화한다.


또 준법감시본부 내 내부통제운영부를 ‘준법경영부’로 확대 개편해 전사적인 윤리준법경영체계를 수립하기로 하는 등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에 힘써왔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 마련을 위해 컨설팅에 착수하기도 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직원의 직책별 내부 통제와 위험 관리에 대한 책임을 사전에 특정하는 제도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김 사장이 지난 2022년 10월 취임 이후 꾸준히 위험 관리에 무게를 두고 조직을 운영해온 데 따른 것이다.


김 사장은 올해 경영 방침도 ‘바른 성장’을 추구하는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제시한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 2019년부터 라임·헤리티지 등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휘말리며 자산관리(WM) 부문이 주춤해진 만큼 위기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 사장이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에 힘쓰고 있는 노력들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말에도 직원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10억원대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내부 조사로 적발되면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개인의 일탈이란 점을 강조했지만 일각에선 회사의 감시 체계가 허술해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초 한화 회사채 발행금리를 잘못 기재하고 최근에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을 당일 철회해 시장에 혼란을 주면서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받고 있다. 결국 이번 1300억원대 운용 손실이 더해지면서 회사채 발행 수요 예측 계획도 잠정 연기하는 등 업무에서도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의 내부 통제 부실 책임론도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해 아직 임기가 1년 여 가량 남았지만 그동안 업계에서 연말 인사 때 공동대표 체제 전환 전망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 사태로 이러한 변화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게 됐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14일 회사 내부망에 글을 올려 “오늘부터 비상대책반을 공식적·체계적으로 가동해 사실 관계와 원인 파악에 나서겠다”면서 임직원에 사과하고 대책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비상대책반은 이슈가 끝날 때까지 가동될 계획으로 종료 기한은 없다”며 “김상태 사장을 최고 대책반장으로 해서 직속으로 운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신한투자증권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위기 관리에 만전을 기울여 온 다른 증권사들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증권업계는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작년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및 랩·신탁 불건전 영업 문제까지 업권을 강타하면서 무너진 평판과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줄곧 애써왔다. 올해 들어선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내부 통제에 관한 만반의 채비가 갖춰지고 있는 상태였는데 신한투자증권 사태가 다시 관련 이슈에 불을 붙인 셈이다.


앞서 증권사 내부통제 부실 관련 고강도 조사를 벌여온 금융당국도 다시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신한투자증권에 검사반을 파견해 현장 검사에 착수한 데 이어 같은 날 26개 증권사와 주요 자산운용사 등에 자체검사 요청공문을 보내는 등 금투업계 전체로 파생상품 거래 관련 전수조사가 확대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투자증권은 각종 펀드 사태로 수년째 홍역을 치르면서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이었지만 정작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방증으로 회사와 임직원의 대대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