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 격랑 시작"…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앞에 선 국민의힘의 전략은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09.19 06:00
수정 2024.09.19 06:00

우원식 국회의장, 19일 오후 2시 '본회의 소집'

野, 두 '특검법 및 지역화페법' 강행 통과 예정

與, '필리버스터·본회의 보이콧' 카드 만지작

일각선 '예정된 결과'에 "이재명 압박" 주장도

지난 7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이 진행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을 둘러싸며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밀어붙이는 김건희 여사와 채상병 특검법에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야 간 합의가 되지 않은 본회의 일정 자체를 보이콧하는 전략부터 실제 법안이 상정되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맞서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거대 야당에 맞서기에는 어딘가 모자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이 19일 본회의를 강행해 '김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일방 예고한 것에 대해 "우리 당은 내일 본회의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본회의 날짜는 9월 26일"이라며 "합의된 일자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겁박하는 행태는 매우 유감이다. 내일 본회의가 강행되면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가 지적한대로 19일 본회의는 여야 간 합의된 일정이 아니다.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등을 추석 밥상머리에 올리기 위해 해당 두 법안과 '지역화폐법'을 묶어 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대정부질문이 열리는 본회의 도중 해당 법안을 상정시켜 강행시키려는 작전을 짠 바 있다.


하지만 연휴를 앞두고 법안을 강행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우원식 국회의장이 12일 상정을 거부하는 대신 19일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12일 본회의 내 법안 상정의 뜻을 이루지 못한 민주당은 즉각 의견을 바꿔 19일에 해당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단 뜻을 피력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19일에 3개 법안을 일괄 처리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기 때문에 수용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우 의장은 민주당의 요구대로 19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소집한 상태다. 본회의가 열리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여사 특검법),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화폐법) 개정안이 차례로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이 가결되는 순간 합의되지 않은 의사일정에 반발해 본회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의 빈자리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해당 세 법안의 여야 합의 여부는 물론이고, 법안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박 원내대변인은 필리버스터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대응 전략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모든 수단이 열려 있다"고 대답하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협상이나 협의가 불가능한 집단이다. 본회의는 열릴 것이고 우리는 어떻게 국민께 이 법안의 부당함을 알릴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당내에서) 필리버스터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전에 이 본회의 자체가 말도 안 된다는 걸 국민께 상세히 알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일각에선 결과가 정해진 만큼 필리버스터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한 뒤, 법안 통과를 강행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다시 법안을 상정하는 과정이 되풀이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당내에선 본회의 자체를 보이콧하거나 사실상 전권을 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압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19일 오후 1시 20분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에 대응하기 위한 원내 전략을 논의할 방침이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저번 필리버스터에서 우리가 최장 시간 기록이 두 번이나 경신하면서까지 노력했지만 민주당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했던 걸 계속 반복하고 있지 않느냐. 어차피 저쪽(민주당)은 하고 싶은대로 할 것"이라며 "다들 대놓고 얘기를 안 해서 그렇지 결정권은 이재명 대표가 쥐고 있단 걸 모두가 알고 있는 만큼, 이 대표랑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어서라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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