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국정농단 의혹' 특검법으로 발화…일각 先수사론도 [정국 기상대]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06.04 00:00
수정 2024.06.04 00:00

윤상현, '김정숙 종합 특검법' 발의

'타지마할 외유' 등 4개 의혹 정조준

"혐의 뚜렷한 김정숙, 진상규명해야"

"수사 먼저"에, 권익위行 가능성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가 현직 영부인이었던 지난 2018년 11월 당시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의 타지마할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특혜 의혹을 특검을 통해 풀어내자는 주장이 나왔다. 외유성 순방으로 인한 국고손실과 횡령·배임이 국정농단에 해당하는 만큼 김 여사 의혹을 특검을 통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김 여사의 수사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지만,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의 결과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정숙 종합 특검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엔 △의상 및 장신구 등 사치품 구매 관련 특수활동비 사용 및 국정원 대납 의혹 △단골 디자이너 딸의 부정채용 비위와 특수활동비 처리 의혹 △샤넬 대여 의상을 개인 소장한 횡령 의혹 △청와대 경호처 공무원을 통한 수영강습 관련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의혹 등을 특검 도입을 통해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의원은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이 결국엔 셀프초청·혈세관광·버킷리스트 외유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단독 외교가 아닌 명백한 셀프초청"이라며 "당초보다 열다섯 배의 혈세를 투입하고, 대통령 휘장을 단 전용기를 띄워 기내식 비용으로만 수천만원을 탕진했다는 문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국정농단"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김정숙 특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혈세로 옷을 사 입고 관광하고 없는 해외 일정까지 만들어냈다면 이는 명백한 국정농단이다. 특검 발동 요건이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강조하며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김 여사 특검을 언급한 바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특검법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의원이 특검법 발의라는 카드를 직접 꺼내든 이유는 최근 김 여사의 인도 방문 예산과 관련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달 31일 본지는 배현진 의원실이 확보한 김 여사의 2018년 11월 4~7일 인도 방문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대한항공의 수의계약서를 입수해 대표단의 기내식비로 6292만원을 썼다는 점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2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당내에서도 이 같은 김 여사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다른 것도 아니고 세금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한 것 아니냐. 이걸 두고 어떤 국민이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느냐"라며 "국정농단과 비슷하게 봐야하는 사건인 만큼 무조건 진실 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법을 발의한 윤 의원도 여당이 야권발 특검 주장을 '수사기관 수사가 먼저'라는 논리로 반대했던 데 대해선 "(김정숙 여사를) 검찰에서 수사하면 야당 탄압, 검찰공화국, 이런 프레임을 씌울 것 아니냐"며 "무엇보다도 문 전 대통령 배우자, 권력형 비리의 냄새가 난다. 수사가 아니라 특검을 하는 게 훨씬 더 진상규명에 좋다"고 답했다.


김 여사 의혹을 가장 먼저 파헤쳐 공론화한 배현진 의원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확인해야 한다"며 "국가 최고 권력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직권남용 혐의인지, 문 전 대통령이 함께 국고 손실에 연루돼 공범 혐의가 있는지를 여야 없이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영부인은 사실상 국가 최고 권력자에 준하기 때문에 (인도 타지마할 방문에) 특혜성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특검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 의원이 발의한대로 특검으로 김정숙 여사 의혹을 다뤄야할지는 아직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과 만나 "기본적으로 항상 수사를 먼저 지켜보고 미진한 게 있다면 특검을 해야 한다"며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는데 특검의 방법으로 할지, 수사의 방법으로 할지 좀 더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모든 것을 특검으로 하자 그러면 대한민국 경찰, 사법기관이 왜 있어야 하겠느냐. 수사를 하면 될 일"이라며 "수사가 미진하거나 문제가 있을 때 특검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국민의힘이 김 여사 관련 논란을 다른 방법으로 규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진행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권익위에 신고해 경위를 살펴보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의 예산 전용이나 사적 사용은 권익위의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 만큼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의혹 규명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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