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일 '세기의 재판'…생일에 무죄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뉴스속인물]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4.01.28 06:28
수정 2024.01.28 07:49

法 재판개입 및 법관 블랙리스트 등 총 47개 혐의 '무죄' 판단…290차례 재판 끝에 5년 만에 종결

법원 인사로 재판부까지 교체되며 재판 지연…"명백하게 판결 내려준 재판부에 경의 표한다"

2005년 참여정부서 대법관 임명, 2011년 이명박정부서 15대 대법원장 취임…보수성향 뚜렷 평가

퇴임 6개월 남기고 판사들 성향 분석해 관리했다 '사법농단 의혹' 휘말려…2019년 2월 구속기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이른바 '사법농단'의 정점으로 지목돼 기소된 양승태(76)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기소 1810일, 약 4년 11개월 만이다.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검찰 소환과 기소까지 이어졌던 사건이 '역대 최장기 재판’이라는 오명만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임정택·민소영)는 26일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각종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비자금 조성 등 모두 47개 범죄 혐의(직권남용·직무유기·공무집행방해·공무상비밀누설 등)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모두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에게 "명백하게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양 전 대법원장의 생일이기도 했다.


재판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9년 말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돌발변수가 생기더니 2020년 1월에는 양 전 대법원장 폐 절제 수술을 받으며 재판이 멈췄다. 2021년 4월에는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자 피고인들이 재판 갱신 과정을 요청해 그간의 증인신문 녹음 파일을 7개월간 재방송하기도 했다. 그렇게 세기의 재판은 지난해 9월 총 290차례(공판준비기일 포함) 끝에야 종결됐다. 재판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22일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기록 검토 등을 이유로 기일을 연기하면서 또 한 해를 넘겨 무려 5년 만에 재판이 마무리된 것이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1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받고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 있다.ⓒ뉴시스

1948년인 양 전 대법원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를 거쳐 1970년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같은 해 제1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1975년 서울민사지방법원에서 판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구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제주지방법원, 사법연수원, 법원행정처, 부산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특히 1998년 IMF구제금융 당시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수석부장으로 재직하면서 파산실무연구회를 조직해 파산 관련 제반 법률문제를 연구한 이력도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법관에 임명됐으며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을 겸직했다. 퇴임 후인 2011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으로 낙점받았고, 국회의원 245명 가운데 227명의 찬성을 받아 제15대 대법원장으로 부임했다.


임명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안정 지향적 판결로 보수 성향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취임사에서 "사법부 사명은 법치주의를 구현해 일관성이 유지되고 예측 가능성이 보장되는 평화로운 사회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자유민주사회의 가장 고귀한 가치인 개인의 가치가 보장되고 모든 국민이 각자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장 임기 기간 원로법관제를 실시해 법관 정년 보장 길을 열었고, 대법원 공개변론 생중계를 시작했다. 아울러 10년 이상 법조경력자 중 법관을 임용하는 법조일원화도 시행했다.


하지만 2017년 9월, 대법원장 퇴임까지 임기가 채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명단을 관리했다는 '법관 블랙리스트' 사건을 시작으로 '사법농단 의혹'에 휘말렸다. 양 전 대법원장은 부당한 인사 개입이나 재판 개입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2019년 2월11일 구속기소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연합뉴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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