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바이든, 날리면' 보도…法 "허위라고 보는 게 타탕하다" [뉴스속인물]
입력 2024.01.14 00:13
수정 2024.01.14 00:13
법원, 외교부가 MBC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뉴스데스크서 정정보도"
MBC, 2022년 尹대통령 미국 순방 당시 발언 보도…"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 허위 자막 달아
동영상 만들어 언론사 최초로 게시…美국무부에 尹대통령 발언 질의해 거부당했다며 추가 보도하기도
대통령실 질의서 보냈지만 답변 거절 및 정정보도 청구 소송 당해…전문 감정인도 '감정불가' 취지 의견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MBC의 '바이든, 날리면' 자막 논란과 관련해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전문가의 음성 감정 영상 분석에도 발언의 진위를 가려내지 못한 만큼 허위라고 판시하고 MBC의 정정보도를 명령한 것인데, 판결이 확정되면 MBC는 '뉴스데스크' 첫머리에 진행자가 정정보도문을 읽어야 한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성지호 부장판사)는 12일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는지 여부가 기술적 분석을 통해서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MBC는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며 "발언이 이뤄진 시각, 장소, 배경, 전후 맥락, 위 발언을 직접 들은 장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을 향하여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MBC가 보도의 근거로 삼은 자료는 신뢰할 수 없거나 그 증거가치가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기에 현저히 부족하다"면서 해당 보도를 허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판결 확정 후 재판부는 뉴스데스크 첫 방송 첫머리에 '윤석열 대통령의 글로벌펀드 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한 발언 관련 정정보도'를 제목으로 정정보도문을 한 차례 낭독하고 자막으로 표시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피고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하루에 100만원으로 계산해 외교부에 지급하도록 했다.
외교부는 "법원의 정밀 음성 감정 결과로도 대통령이 MBC의 보도 내용과 같이 발언한 사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사실과 다른 MBC 보도를 바로 잡고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MBC는 "외교부는 대통령 개인의 발언에 대해 정정 보도 청구를 할 정당한 법적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MBC 보도가 허위라는 점을 제대로 입증하지도 못했다"며 "MBC는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 잡기 위해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MBC는 지난 2022년 9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한 발언을 보도하면서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같은날 MBC는 뉴스데스크에서는 리포트 4개를 동원해 이같은 내용의 보도를 했다. 또 디지털뉴스룸은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언론사 중 처음으로 게시했다.
MBC는 다음 날 아침에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이메일을 미 국무부에 보냈는데 답변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거짓말로도 모자라 한미동맹까지 이간질하려고 있다는 빈축을 샀다. MBC는 겉으로는 ‘자칫 외교문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나라 걱정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안 해주고 날리면은'이라고 말한 것이고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MBC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MBC 이메일 질의에 미국 국무부가 '한국 공직자의 발언은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면서 답변을 거부했다"고 추가 보도하며 사태를 키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은 같은해 9월 26일 ▲음성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했는지 ▲대통령실에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인지 ▲대통령실의 반박에도 최초 보도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 보도를 하면서 재생산한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외교 분쟁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즉시 입장을 요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을 묻는 질의서를 MBC에 보냈으나, MBC는 답변을 거절했다.
MBC는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에서 보도 경위를 해명하라는 식의 공문을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보낸 것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며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똑같은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MBC만을 상대로 이 같은 공문을 보내온 것은 MBC를 희생양 삼아 논란을 수습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며 날을 세웠다.
결국 외교부는 이 보도를 두고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같은해 12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음성 감정이 이뤄졌지만 전문 감정인도 '감정 불가' 취지의 의견을 내면서 발언의 진위는 법정에서도 가려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