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옹위했던 주류 진영의 '한동훈 비대위' 띄우기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12.18 15:12
수정 2023.12.18 16:06

김병민 "이재명에 대항, 한동훈이 유일"

장예찬 "파격적 변화해야 전화위복"

비주류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 반박

일각 '기득권 유지용 한동훈 소모' 지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 주류 진영을 중심으로 분출하고 있다. 한 장관이 차기 대권주자로서 손색이 없고 범보수 결집의 적임자임은 당 안팎에서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18일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한 김병민 최고위원은 "완전히 판을 바꿔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고민했고, 그런 측면에서 판을 바꾸려면 힘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에서 이재명 대표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대권주자로서의 여론조사가 나오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동훈 장관이 거의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기존의 여의도 문법이나 정치 관습대로 비대위원장이 세워지면 이 천금 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것"이라면서 "당원과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파격적인 변화를 선택해야만 전화위복이 된다"며 한 장관을 적극 추천했다.


한 장관 비대위원장 임명은 '김정은 딸 김주애의 새 영도자 추대와 같다'며 반대한 김웅 의원을 향해서는 "기본적으로 참 싸가지가 없다"면서 "우리 당의 가장 큰 자산을 왜 이렇게 깎아내리는 거냐. 그럼 그렇게 잘난 김 의원이 차기 주자 1위를 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정치인으로서 한 장관의 잠재력을 의심하는 이는 여권 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 참신한 이미지로 차기 대권 도전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다만 현 시점에서 비대위원장으로 기용하는 것은 적절한 '쓰임새'가 아니라는 반론이 비주류를 중심으로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이렇게 좋은 자원이 너무 일찍 등판해 야당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으면 상처가 날 수도 있지 않느냐"며 "당이 비대위원장과 공관위원장 투톱 체제로 가고 선거체제로 들어가면 선대위원장이 있게 될 텐데 역할적 측면에서 인적 자원을 잘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태경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은 정치 신인이지만 우리 당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당이 잘 키워야 한다"며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온갖 풍상을 다 맞아야 하는 비대위원장 자리는 한동훈을 조기에 소진하고 총선에도 도움이 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김기현 전 대표를 세웠던 주류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에는 한 장관을 앞세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주류 진영의 한 의원은 "소위 주류라는 의원들과 또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연판장을 돌려 힘으로 이견을 제압한 결과가 지금 결과가 아니냐"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한 장관을 앞세우는 것은 당의 미래 자원을 소진시키는 것으로 당은 물론이고 장관에게도 손해"라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당 대표가 사퇴해 공석이 된 지금 이 사태를 초래한 분들은 어떠한 책임을 졌느냐. 스스로 개혁하고 혁신할 노력을 했느냐"며 "국민은 한 장관으로부터 대한민국의 미래를 듣고자 기대하고 있는데 당 내 특정 세력의 욕심으로 비대위원장에 앉히는 것은 흙탕물로 더럽히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패스트트랙 재판을 받으러 오면서 만감이 교차된다. 치열함으로 정권교체는 이뤘지만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일 것이라는 소망의 하루하루였던 기억"이라며 "우리 모두 내려놓고 반성하며 생동감 있는 정당을 만들어 가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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