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사주고 12세 초등여학생에 '유사성행위'…고작 집행유예? [디케의 눈물91]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3.07.05 05:07
수정 2023.07.11 09:13

법조계 "강간 및 추행 아닌, 상호 합의 하에 이뤄진 성매매…무거운 처벌 내려진 것으로 봐야"

"입법론적으로는 미성년자 성매매 엄격히 처벌해야 하지만…현행법상 쉽지 않은 상황"

"아동성범죄 대상 범행, 강하게 처벌해야…성범죄 당하면 성인돼서도 지속적인 악영향"

"피고인 범행 자백 , 양형사유?…'재범 위험성' 감소여부 검토 없이 무조건 감형 관행, 적절치 않아"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gettyimagesBank

담배를 대신 사주는 대가로 12살 초등학생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킨 남성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시민들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인데,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고 분노했지만, 법조계에선 상호 합의 하에 이뤄진 '성매수'이기에 현행법 상 중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집행유예이지만 징역형이 전제인 만큼 가벼운 형량이 선고된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3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2형사부(재판장 남천규)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매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앱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에게 9000원 상당의 담배 2갑을 주는 대가로 입을 맞추고 신체 주요 부위 등에 손을 대는 등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청소년을 자신의 성적 욕구 대상으로 삼아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피해자 측은 A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주원 조상규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강간이나 강제추행이 아닌 상호 합의하에 이뤄진 매매(성매수)로 봐야 한다. 성범죄의 핵심은 폭행·협박으로 억압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했는지가 검증이 되야 한다"며 "두 사람이 합의를 했더라도 피해자 나이가 12세라는 점에서 처벌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보통의 성매수 혐의는 이렇게 무거운 처벌이 나오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라는 무거운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 벌금 2~300만원형 정도가 적당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헌법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에 미치지 아니한 사람은 설령 성관계나 성적 접촉에 대해 동의했다 하더라도 그 동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13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 추행한 자 또는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을 한 19세 이상의 자는 각각 강간, 준강간,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등의 예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gettyimagesBank

법무법인 건양 최건 변호사 역시 "재판부가 피해자의 나이와 범죄정황을 따졌을텐데 성매수 혐의치고는 무거운 형이 내려진 것은 사실이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상황 판단 능력이 성인보다 떨어진다. 이에 성매수를 적용하는 범위도 넓다"며 "또한 매수자에 대한 처벌도 엄격한 편이다. 물론 입법론적으로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매매를 엄격히 처벌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좀 더 중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판사 출신 변호사 법무법인 판율(구 판심법률사무소) 문유진 대표 변호사는 "다른 성범죄와 달리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행은 강하게 처벌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화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라며 "특히 아동청소년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미약한 상태다. 아동청소년 시기에 성범죄를 당하게 되면 성인이 되고 나서도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쳐 건강한 정신적 발전을 우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가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한 점'을 양형사유로 언급한 점에 대해 "기본적으로 '피고인의 자백'이 '진지한 자기반성'으로 이어져 '재범 위험성'이 낮을 때만 감형이 타당하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감형의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그 이유만으로 재판부가 재범 위험성의 감소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무조건적으로 감형을 해 주는 관행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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