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암울, 자동차는 위기…기댈 곳 잃어가는 수출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3.04.23 07:00 수정 2023.04.23 07:00

반도체 수출 7개월 연속 큰 폭 하락

美, 한국 전기차 보조금 지원 배제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미지수

정부 ‘상저하고’ 전망 안갯속

부산항 모습. ⓒ뉴시스

수출 시장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무역 적자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최대 효자 상품인 반도체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자동차 수출이 최소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는 있으나 이 또한 미국 전기차 지원 배제로 위기가 커지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액(잠정치)은 323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줄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39.3%), 석유제품(-25.3%), 무선통신기기(-25.4%) 등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출 효자로 손꼽히던 반도체는 지난해 8월부터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1월(-44.5%)과 2월(-42.5%)과 비교하면 3월(-33.8%)과 4월(20일 현재 –39.3%) 감소 폭이 줄긴 했으나 여전히 40% 가까운 하락률로 수출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4월 수출액도 전년 대비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째 적자 상황이 이어진다.


반도체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인 65억 달러를 돌파했다. 6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대수를 팔았다.


산업통상자원부 3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수출액은 65억1800만 달러(약 8조5372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4.1% 증가했다. 전기차 등 수출 단가가 높은 친환경차 판매가 늘면서 지난달에 이어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려되는 대목은 자동차 수출 호황이 앞으로 계속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반도체 부진을 자동차가 보완하고 있는 상황에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 우리나라 기업이 모두 배제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17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16개 전기차 대상 차종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생산하는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반면 독일 폭스바겐은 외국 자동차로는 처음으로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면서 현대·기아차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정부가 하반기 기대를 걸고 있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도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중(對中) 수출은 지난해보다 29.9% 감소해 10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1월에 전년보다 31.1% 줄어든 데 이어 2월에 24.3% 감소했고, 3월(잠정치)에도 33.4%로 쪼그라들었다. 이달 들어서도 20일까지 대중 무역적자는 19억9600만 달러로 전체 적자 41억3900만 달러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대중 수출은 글로벌 경기가 빠른 속도로 악화한 데다, 주력 수출 업종인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우리처럼 제조업·IT 비중이 큰 국가는 서비스 중심 중국 리오프닝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탓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중국경제팀은 지난 17일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의 국내 경제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는 리오프닝 이후 서비스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으나 대외 파급영향을 보여주는 수출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3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중 무역 관련 “"과거처럼 흑자가 굉장히 많이 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과거처럼 중국이 우리 경제에 빠르게 반등의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반기로 가면서 국내외 경제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침체 장기화와 미국의 현대·기아차 전기차 지원 배제, 기대 못 미치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 등으로 기대 이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사이클 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곧 끝날 일은 아니고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할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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