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북한소년, 남한서 67년 억류…법원 "국가 10억 배상"
입력 2023.02.16 10:37
수정 2023.02.16 10:40
원고, 1956년 황해도 자택서 북파공작원에게 납치당해
재판부 "국가, 원고 신체의 자유 및 거주 이전의 자유 포함 기본권 침해"
"원고 큰 정신적 고통당했음 명백…국가에 배상 책임 있어"
정부, 사건 소멸시효 지났다고 항변했지만…재판부, 권리남용 해당 일축
1956년 북파공작원에게 납치당해 현재까지 남한에서 살아온 이북 출신 남성에게 국가가 손해배상금 1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박석근 부장판사)는 김주삼(86)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1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0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 씨는 1956년 황해도 용연군 자택에서 북파공작원 A 씨에게 납치당했다. 그는 서울 한 공군기지로 끌려가 조사를 받은 후 약 4년간 억류돼 무보수로 구두 닦기 등 잡일을 했다. 1961년 군 기지에서 풀려났지만 현재까지 67년간 귀향하지 못하고 남한에서 지내고 있다.
2013년 국방부 특수임무 수행자 보상지원단(지원단)은 조사를 통해 1956년 김 씨가 북한에서 납치돼 남한 군 기지에 억류됐음을 시인했다. 이에 김 씨는 2020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같은 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과거사위는 작년 8월 김 씨가 겪은 일을 "한국전쟁 휴전 후 군이 첩보 활동 명목으로 북한 민간인을 무단 납치한 후 무보수로 노역을 시키고 남한에 억류시킨 사건"으로 규정하는 결정을 내놨다.
법원 역시 "국가가 김 씨의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고 김 씨가 큰 정신적 고통을 당했음이 명백하다"며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사건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과거사위에서 희생자로 규정한 이를 상대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