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부터 패스트푸드까지’ 유통가 메기로 성장한 편의점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2.09.22 07:13
수정 2022.09.21 16:47

수제맥주부터 증류식 소주까지 주류 트렌드 주도

‘규모의 경제’ 통해 대형마트 수준 가격 경쟁력 갖춰

이종 업종 간 협업으로 상품 경쟁력 강화

코로나19와 고물가 시대를 거치면서 편의점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높은 접근성과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성을 앞세웠다면, 현재는 상품 경쟁력과 전국 5만개에 달하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대형마트, 패스트푸드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편의점 산업은 매년 점포 수는 물론 실적 측면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트렌드를 주도한 덕분이다.


편의점은 대형마트, 백화점 등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최근 유통가의 큰 손으로 부상한 MZ세대 소비자 비중이 큰 편이다. 그렇다 보니 매대 진열부터 상품 개발까지 소비 트렌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수년간 가장 많은 성과를 낸 부문은 주류다.


곰표맥주로 수제맥주 열풍을 주도한 이래 와인, 막걸리, 위스키를 거쳐 최근에는 원소주 등 증류식 소주까지 주류 전 분야에 대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일부 편의점 독점 판매 상품과 단독 협업 상품은 주류 매출 부동의 1위인 카스와 참이슬을 넘어서면서 주류업계 판도가 뒤흔들기도 했다.


최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잇단 가성비 상품으로 장보기 수요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장보기 수요는 대형마트의 전유물로 통했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한 대량 구매와 사전 계약 등을 통해 마트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 상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CU 득템시리즈, GS리테일 리얼프라이스, 세븐일레븐 굿민, 이마트24 민생시리즈 등이 잇따라 히트를 치면서 상품 가짓 수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대형마트 보다 접근성이 높은 데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퀵커머스 연계로 배송문제까지 해결되자 신선식품, 정육, 과일 등 대표적인 장보기 상품의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 물가안정에 기여한다는 명분은 덤이다.


특히 대형마트발 반값치킨 열풍으로 가성비 상품이 인기를 얻자 원두커피, 햄버거 등 상품을 발빠르게 선보이면서 반값 먹거리 경쟁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햄버거 등 간편식 상품의 품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해 패스트푸드 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기존에는 2000~3000원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햄버거 패티에 소고기 혼육 및 돼지고기 등을 주로 사용했다면, 현재는 패스트푸드점처럼 순쇠고기 원료육을 구워 만드는 등 프리미엄에 초점을 맞췄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은 유통업태 중 변화가 가장 빠르고 전국 5만개에 달하는 매장을 통해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잠재력도 높은 편”이라며 “국내 유통채널 중 게임, 패션 등 다른 업종의 협업 요청이 가장 많은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편의점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노력들이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택배 등 물류, 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생활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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