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도 하뉴도 ‘공포의 베이징’...빙질도 설질도 ‘미달’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2.02.09 16:36
수정 2022.02.10 14:51

금메달 후보 쇼트트랙 최민정 이어 스키 시프린도 넘어져

8위로 밀린 하뉴도 베이징 얼음 언급...중국 개최 자격 의문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 올림픽 3연패 노리는 피겨 하뉴 유즈루(일본), ‘스키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미국)도 넘어졌다.


편파 판정 논란으로 점철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빙질·설질 관리 능력에 대한 물음표까지 달렸다. 중국은 세계인들로 하여금 과연 올림픽을 개최할 수준이 되는 나라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품게 한다.


지난 7일 여자 쇼트트랙 500m 준준결승에서는 4개조 모두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 최민정 역시 코너를 돌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예선을 42초853으로 여유 있게 통과한 최민정의 탈락은 예상 밖이다.


최민정은 코스 가장 안쪽인 1번 레인에서 출발했지만 다섯 번째 올림픽에 참가하는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결승선을 2바퀴 남겨놓고 폰타나 뒤를 따라 2위로 달리던 최민정은 곡선주로에서 넘어졌다. 경쟁 선수들과의 충돌은 아니었다.


넘어진 최민정은 손으로 얼음을 치며 탄식했다. 최민정은 경기 후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준비는 잘한 것 같은데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 아쉽다. 컨디션도 문제 없었는데 다른 부분들을 체크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펼쳐진 남자 1000m 결승에서는 빙질 문제로 레이스가 중단돼 빙질을 보수한 뒤 다시 레이스가 펼쳐졌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쇼트트랙 관계자들도 어리둥절했다. 남자 1000m는 황대헌·이준서가 실격 처리됐던 그 종목이다.


최용구 한국 대표팀 지원단장은 “오전 피겨 경기를 마친 뒤 2시간 이내에 쇼트트랙 경기장으로 바꾸는 상황에서 유지 문제를 겪는 것 같다”며 “피겨 경기 뒤 온도를 바꾸고, 펜스를 다시 설치해 쇼트트랙 링크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아 빙질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빙질을 관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94년 만의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하뉴도 같은 경기장에서 연기를 마친 뒤 빙질을 언급했다. 하뉴는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8.07점과 예술점수(PCS) 47.08점으로 총점 95.15점에 그쳐 8위에 랭크됐다. 하뉴의 종목 역대 최고점(111.82)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점수다.


경기 후 하뉴는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컨디션이 나쁜 것은 아니다. 경기 중 얼음에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에 영향을 받았다”며 아쉬워했다. 구멍을 발견한 하뉴는 회전에 대한 부담과 부상에 대한 염려로 생각이 많아지면서 첫 점프를 시도도 하지 못했다. 이후 연기가 매끄러웠던 것을 보면 하뉴의 컨디션은 정상이었다.


빙질만 문제가 아니다. 설질도 도마에 올랐다.


시프린은 9일 중국 옌칭 국립 알파인스키 센터에서 펼쳐진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1차 시기에서 코스 완주에 실패했다. 출발 5초 만에 넘어졌다. 지난 7일 1차 시기에서도 주행 도중 미끄러지면서 실격됐다. 2개 종목에서 연속으로 넘어진 시프린은 전 종목 석권을 노린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시프린뿐만 아니라 지난 7일 알파인 스키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선수들이 미끄러져 완주에 실패했다. 수십 미터를 굴러 썰매에 실려 나오는 선수도 있었다.


해외 언론들은 설질도 지적한다. 알파인 스키,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스키 등은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100% 인공눈에서 치르고 있다. 인공눈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베이징의 인공눈은 설질이 떨어져 부상의 위험도 크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관리와 유지가 매우 중요한데 선수들이 평가하는 설질 관리와 유지 능력은 낙제점에 가깝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진검승부의 무대가 되어야 할 올림픽이 피땀 흘린 선수들의 눈물을 빼내고, 짜릿한 명경기를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실망을 주고 있다. 다음 경기를 앞두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베이징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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