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빚 폭탄③] 청년층 가계부채 486조...상반기 20조↑
입력 2021.10.13 07:00
수정 2021.10.12 18:14
청년층 가계부채 전체 27% 차지
전세대출 지속, 주담대·신용대출↑
치솟는 집값, 빚투, 생활고 심화
# 서울 이문동에 거주하는 김 모(만 36세)씨는 1년 전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당시 영등포에서 아파트(전세)에 거주하던 김 씨는 재계약을 하려 했으나 , 전세금이 2억원 올라 고민끝에 '영끌'로 시가 7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매매했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월 200만원에 육박하는 대출금을 놓고 한 때 아내와 이혼 직전까지 갈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으나, 집값이 9억원을 돌파하면서 당시의 선택을 천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세 식구 외벌이로 세후 350만원을 벌고 있어서 대출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면서도 “최근 친구들이 전세 계약을 앞두고 대출 규제 날벼락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면서, 빚더미라도 내 집 한 칸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계 빚이 빠르게 증가한 가운데, 청년층 가계부채 비중이 크게 확대되며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렀다. 청년층의 부채 규모는 증가 속도가 빠르고, 특히 소득 대비 이자 상환 비율이 여타 연령층보다 월등히 낮아 심각한 수준이다. 금리인상으로 청년층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질 경우 민간 소비 여력도 급격히 위축되며, 경제 전체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 486조 빌린 MZ세대...집값 ‘부채질’
올해 상반기까지 20•30대가 빌린 대출 증가액은 2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9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청년층의 가계부채는 485조7900억원으로 전체(1805조9000억원) 연령층의 26.9%를 차지했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청년층 가계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2019년 말 390조원대에 육박하며 지난해 400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20조원 가까이 증가하며 기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12.8%로 나머지 연령층의 증가율(7.8%)을 크게 웃돌았다.
청년층 채무 배경에는 부동산 비중과 주식, 암호화폐 등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자리잡고 있다. MZ세대의 수요가 높은 전세자금대출이 지속적으론 높은 증가율(21.2%)을 기록했으며,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주택담보 및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 중 청년층 비중은 36.6%를 차지했다. 신용대출에 의한 주식투자 수요도 급증했다. 2분기 신용대출 비중은 20.1%로 지난해 주요 증권사의 신규계좌 723만개 중 2030대가 54%(392만개)를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청년층의 전세자금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증가세도 최근 확대되고 있다"며 "청년층은 여타 계층보다 소득 수준이 낮아 자산가격 조정이 올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미래 저당잡혀...이자 53만원 추가
그러나 청년층 소득으로는 이같은 빚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청년층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중은 원금과 이자를 함게 갚아야 하는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만큼 37.1%로 타 연령층보다 높다. 코로나19이후 고용상황 악화로 빚투와는 거리가 먼 생계형 대출자의 증가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청년층 취약차주 비중은 감소세를 지속중이지만 저소득 차주 비중(24.1%)이 여전히 타 연령층(14.4%)보다 높은 상황이다. 2분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인 ‘취약차주’ 비중은 6.8%로 7%에 달했다.
20·30대의 빚은 소비까지 옥죄이며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대출규모가 가계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수준’을 분석한 결과, 부채 임계수준을 초과하는 대출자 비중은 저소득층 14.3%, 청년층 9.0%로 집계됐다. 이들이 임계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갚아야 하는 부채규모는 최대 72조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금리인상기로 접어들면서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0.75%로 올렸으며, 11월 또 한 번의 금리 인상이 관측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0.5%p 인상될 때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지난해 말 대비 각가 2조9000억원, 5조8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차주 1인당 연간 이자부담규모는 지난해 말 271만원에서 각각 286만원, 301만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취약차주 이자 예상액은 32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53만원으로 확대된다.
백종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취약 청년층은 악화된 고용과 소득감소로 금융접근에서 소외, 다중채무, 불법대출 등 채무여건이 악화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취약 청년층 지원과 투기 차단의 상반되는 목표를 분리하여 대처하고, 금융업권은 리스크관리와 병행해 전용 금융상품 지원 등으로 청년층 자립을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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