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와 대통령 암살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10.07 07:33
수정 2021.10.07 09:01

미국, 건국후 100년 정도 엽관제 유지

문 정부, 임기 말에도 낙하산 동분서주

ⓒ데일리안 DB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글에서 미국 대통령 암살(暗殺) 이야기 까지 나온다.


미국 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1831~1881)의 경우다.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대통령의 자리에 홀어머니를 앉게 하고 자신은 서 있었던,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효자(孝子)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는 엽관제(獵官制)로 불리는 당시의 인사제도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한테 취임 넉 달 만에 암살당한다.


대통령 암살범 찰스 기토는 가필드의 당선에 기여한 뒤 그가 취임하자(1881.3.4.), ‘약속한 외교관’자리로 “빈(Vienna) 이나 파리 주재 영사(領事)”를 요구하면서 백악관을 찾아가기도 하고 편지를 보내기도 하면서 워싱턴에서 아예 죽치고 기다렸다.


그러길 넉 달, 인내심이 바닥난 기토는 15$(현 가치 400$)를 주고 권총 한 정을 구입한다. ‘7월 2일 가필드 대통령이 기차를 타고 여름휴가를 떠난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워싱턴DC의 기차역에서 기다렸다.


대통령 암살까지 불러온 엽관제(Spoils system)는 후임 체스터 아서(21대) 대통령 때 폐지된다. 바로 ‘펜들턴법(Pendleton Civil Service Reform Act, 1883)’의 제정이다. 연줄이나 계파에 따른 관직 등용을 없애고, 공직희망자들이 정당에 정치헌금을 내지 못하게 했다. 실적제(Merit system)의 등장이다.


백악관의 연락을 기다리던 후원자들이 실망해 비판하자, “대통령이 되고서 보니, 개인 체스터 아서와 대통령 체스터 아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라고 응수했다.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얼마나 집요하고 엉망이면 미국 대통령 암살 이야기까지 나올까? 이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아무리 좌파 세력의 결집과 충성을 노리고 하는 행위라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 근절’을 외우고 다니고, 취임사에서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삼겠다고 한 일들은 그냥 해본 소리라고 치자.


그러나 취임 이후(2017.7.19) 여야 4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공기업 등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 부적격자,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는 없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은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공직 임용 배제 5대 기준’은 비현실적이었다. 이 기준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다. 부적격자들이 고위 공직에 대거 들어서자, 낙하산을 막을 논리가 궁해졌다.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된 공기업 강원랜드의 경우를 보자. 사장, 부사장, 상임감사, 사외이사 등에 각 급(級)에 맞춰 ‘낙하산 세트’가 내려왔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사장은 2018년 민주당 공천으로 안동시장에 출마해 낙선하고 2년 뒤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했으나 또 낙선, 지난 4월 낙하산을 탔다.


부사장은 민주당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지냈고, 상임감사는 국무총리 공보실장을, 사외이사는 민주당 강원도당 부위원장을 지냈다. 청와대로서는 낙하산 잭팟(Jackpot)이 터진 셈이다.


문 정부의 ‘공수부대 투입’은 취임 초 각료급 인선이 끝나면서 시작돼, 취임 8개월 만에 ‘낙하산 인사 근절’ 청원(請願)이 올라올 정도였다.


이 청원에는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전 의원, 수감 중) 등 민주당 낙하산 면면들이 줄줄이 거명됐고, 그 절차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도 담겨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정확한 집계가 어려울 정도다. “30%, 70% 등” 윤곽만 알 뿐이다. 36개 공기업과 96개 준정부기관, 218개 기타 공공기관 등 350개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딸린 산하기관, 나아가 정부의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 등에 내리꽂은 낙하산의 수가 무릇 기하인가?


문재인 정부는 애초 엽관제의 씨를 뿌리면서 임기를 준비했다.


드루킹 여론조작의 대가로 ‘재외 공관장’ 자리가 이미 2016년에 제안됐고, 2018년 울산시장 후보 선출을 앞두고 민주당내 경쟁자를 치워주기 위해 청와대는 그에게 ‘공기업 사장‘ 또는 ’재외 공관장‘자리를 거래했다는 사실도 수사 기록에 들어있다.


특이하게도 이 정부는 임기 말인데도 낙하산 대기자가 줄을 섰다는 보도다.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장관이 순진하게도 전임 정부의 낙하산 치우기에 앞장섰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그렇다면, 지금 임명돼도 정권 교체에 상관없이 임기를 채울 수 있겠구나”라고, 역발상에 능한 ‘캠.코.더’들이 마지막 강하(降下)를 준비하느라 동분서주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