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앞두고 정인이 진정서 1만통...외국인 피켓시위까지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1.09.15 06:06
수정 2021.09.15 09:14

중국인 시위자, 서툰 한국말로 진정서 35통 접수…미국서 온 시위 참여자도

대아협 "분노 여론 세도 항소심서 관심 줄어…진정서 1만통 국민 관심 표현"

전문가 "진정서, 법리 판단 바꾸진 못해도 불리한 양형요소 돼"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양모 장모씨의 항소심이 15일 열리는 가운데, 장씨의 감형을 반대하고 사형 선고를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는 장씨 부부의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가 1만통 넘게 접수됐고, 법원 앞에서는 피켓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졌다.


장씨는 지난해 6∼10월 정인양을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아이 복부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함께 정인양을 학대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양부 안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장씨 부부는 1심 재판 내내 정인이를 고의로 살해한 게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들 부부는 이날 열리는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감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을 하루앞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채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던 중국인 이모(51)씨는 서툰 한국말로 "정인이가 너무 불쌍하고 한국의 아동학대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해 피켓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 35통도 직접 한글로 써서 법원에 보냈다. 그는 "중국어로 쓰고 주변에서 통역 도움을 받아 한국어 진정서로 다시 옮겨 썼다"며 "5장 쓰는데 하루가 걸릴 만큼 힘들었지만 장씨 부부 엄벌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일하다가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한국에 왔다는 정모(54)씨도 장씨 부부를 겨냥해 분노를 표출했다. 정씨는 "학대를 방조한 계부는 사실상 함께 학대한 것이라서 미국에선 같은 공범으로 치는데, 1심 징역 5년은 너무 가볍다"며 "그 와중에 장씨 부부가 억울하다고 항소한 게 너무 괘씸해 시위도 하고 비행기에서도 진정서를 수십통 썼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6시 기준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재판장)에 접수된 정인이 양부모 항소심 관련 엄벌 진정서는 총 1만1270통에 달한다. 지난 6월 3일 서울고법이 진정서 집계를 시작한 후 3개월 만에 1만 통이 넘은 것이다.


일주일 째 피켓시위에 참여했다는 박정임(47)씨는 "사실 정인이 양부모 엄벌 진정서 1만 통 목표가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달성돼 놀랐다"며 "진정서 작성은 정인이가 받은 고통을 되새기면서 나열하는 힘든 작업이다. 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이 합쳐진 것 같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무리 흉악한 사건이라도 1심 선고가 끝나면 국민의 관심이 줄어든다"며 "진정서 1만 통은 국민들이 여전히 정인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최소한 형량을 깎지 말아달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는 이같은 진정서, 피켓시위 활동이 사건 죄명을 바꾸는 등 법원의 법리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진 못하더라도, 양형을 엄중하게 판단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 한 전문가는 "피해자와 유족의 엄벌 탄원은 법원에서 양형에 고려해야 할 요소"라며 "가족이 없는 정인이의 경우, 부모의 마음으로 써낸 진정서들이 유족의 탄원과 비슷한 무게감과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고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김효숙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