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챕터투] “모르겠다” 실망에 실망 더한 벤투 감독
입력 2021.09.11 07:00
수정 2021.09.11 22:44
최종예선 2경기 마친 뒤 '부진' 언급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부임 3년 내내 발전과 성과없는 '빌드업' 전술만 고집
벤투 스타일 옳고 그름 논할 시점 아냐..유연성으로 결과 이끌어내야
벤투 감독은 지난 7일 월드컵 최종예선 레바논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홈 2연전 부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라크전(0-0무)과 레바논전(1-0승)에서 얻은 승점4를 강조했다. 벤투 감독은 “레바논전에서 승점3을 땄고, 이라크전에서는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무실점으로 비겼다”며 ‘뭐가 부진했다는 것이냐’는 뉘앙스의 답변을 이어갔다.
손흥민-황희조-황희찬-김민재 등 모처럼 완전체를 꾸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화끈한 승리를 기대했던 축구팬들의 실망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한 답변으로 실망에 실망을 더했다.
최종예선을 시작한 뒤 2경기서 드러난 문제에 대해 벤투 감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알고 있다. “정말 모르겠다”는 벤투 감독의 답변을 접한 축구팬들은 “벤투 감독이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파랭킹 70위 이라크와의 홈경기를 마친 뒤 ‘침대축구를 했느냐 안 했느냐’ 수준의 논란이 커질수록 한국 축구가 받아든 0-0 무승부 결과는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경기를 이틀 앞두고 입국할 수밖에 없었던 해외파 선수들의 사정을 감안한 뾰족한 플랜B가 아직도 없다는 점은 더 답답하다.
손흥민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대표팀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따른 플랜B를 구축할 시간은 벤투 감독에게 3년이나 있었다. 이라크나 레바논 수준의 팀을 상대한 홈경기에서 무리하게 손흥민이나 황의조를 선발 투입하지 않고도 플랜B로 이길 수 있는 힘을 키울 시간은 충분했다.
고집하는 빌드업 전술도 이제는 정말 손을 댈 때가 됐다. 이라크를 3-0 대파한 이란 축구를 보면 전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수비 위주로 나서는 약팀을 상대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이란이 보여줬다. 측면을 공략하거나 수비 뒷공간을 향해 공을 띄우는 등 단순하고 선 굵은 플레이로 이라크를 가볍게 눌렀다.
밀집수비를 붕괴시키기 위해서는 패스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긴 패스에 이은 문전 슈팅과 스피드를 동반한 날카로운 돌파가 효과적이다. 짧은 패스로 상대 박스를 침투해 완벽한 기회를 만들려는 벤투 감독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3년 내내 발전이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 빌드업 등 벤투 감독의 고집은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아시안컵 8강 탈락, 한일전 0-3 참패 등을 겪으면서도 벤투 감독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3년 된 벤투 감독이 이런 선수들로 이 정도의 경기력 밖에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은 월드컵 본선, 아니 월드컵 본선 직행도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철학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은 벤투 감독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지켜보자라는 시점은 지났다. 벤투 감독의 스타일을 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결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연 벤투 감독이 어떤 것을 결실로 내놓을 수 있을까.
고집인지 아집인지 돌이켜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