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장난감이 된 법안들
입력 2021.07.29 08:08
수정 2021.07.27 16:36
국회 '보여주기식 입법' 폐혜…이슈 집중하며 처벌 강화만
제왕적 대통령과 국회의원 권력구조 개편엔 고민 부족
차기 대통령 후보는 국가와 정부 기관의 권력 축소를 실행해야
법안은 국회의원들의 장난감, 법안 만들기는 국회의원들의 오락거리다. 요즘 법안은 보여주기식 쇼일 뿐 진정성이 없다. 마구잡이로 찍어내기 때문이다.
작년 5월 30일 개원한 제21대 국회가 지난 5월 말 1만 307개 의원 발의 법안을 제출했다. 의원입법 1만 건까지 이르기까지 19대 국회는 28개월, 20대 국회는 20개월 걸렸는데, 21대 국회는 13개월이 걸려 역대 최단기간을 기록했다. 하루 26건 꼴이고 한 시간당 한 건 이상을 제출했다.
작년에 통과된 상법개정 법안은 20대 및 21대 국회 합해 무려 50여 건이 발의됐었다. 21대 국회에 들어 상생연대 3법안은 20여 건이 발의됐고, 언론중재법을 고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은 13건이나 발의됐다.
법률이 늘어날수록 국민에 대한 통제와 강요가 많아진다. 통제는 신체와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지배하거나 구속하거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캐내 저장하고 악용하는 짓이며, 강요는 협박하거나, 쥐어짜거나, 금지하거나, 노동력과 소유권 등을 박탈·탈취·강탈하거나 징집·징발·징용·징수·수용하는 짓이다.
국가는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막대한 정보와 CCTV를 이용해 국민의 사생활을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고, 개인의 삶은 그만큼 침해되고 팍팍해진다. 많은 중요법안을 만드는데 입법영향평가도 없다. 법안이 국민의 생활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입법조사처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외에는 변변한 검토도 없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지지층을 확보하고 표를 얻어 다음 선거에서 다시 한번 권력을 잡는 데 집중할 뿐이다. 자기 돈은 한 푼 들지 않고 국민들과 기업들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법안들이 대부분이다.
국회가 찍어내는 법안 유형은 대체로 3가지다. 첫째, 대부분 지금까지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것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전형적인 사례는 작년에 통과된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법)이다. 국회는 얼토당토 않게 ‘공정경제 3법’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무 실효성도 없는 이들 법 때문에 기업들은 엄청난 행정처리비용을 지출하게 됐고 법 집행을 위한 공무원 수는 늘어나며 국가 예산은 낭비된다.
둘째, 국민 재산을 강탈하기 위한 법률과, 강탈한 재산을 뿌리기 위한 마구 퍼주기식 법률들이다. 국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법률로는 국민의 고혈을 짜내는 각종 세법이 악명 높다. 취득세 내고 취득한 재산에 매년 보유세와 종합소득세를 내고, 팔 때는 또 양도세를 낸다.
심지어는 죽어서 재산을 남기면 상속인이 50% 상속세까지 낸다. 사유재산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하고 있는 나라 맞느냐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외에도 은근히 기부를 강요해 준조세를 징수하는 법안이 다수 있다.
이들 법률들은 대개 동반성장·상생 등 공동체 내 나눔을 강조하면서 ‘따뜻한 자본주의’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잘 나가는 기업을 벗겨 먹고, 부(富)의 하향평준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특목고ㆍ자사고를 없애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하자는 것과 똑같다.
셋째, 법 위반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들이 입법된다. 김용균법, 민식이법,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미 형법에 따라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들끓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강력한 처벌법이 만들어진다.
근본 원인은 판사들의 지나친 온정주의로 인한 낮은 형량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같으면 100~200년 징역에 처할 흉악한 범죄를 한국에서 저지른 경우 그 범인은 겨우 10년 정도 옥살이 후 버젓이 거리를 활보한다. 한국은 이미 행정처벌법규가 너무 많아 과잉범죄화 국가가 되고 말았다.
최근에는 우후죽순격으로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까지 20여개 법률에 무더기로 도입했다. 손해배상이라는 민사적 문제에 대해서까지 형사적 처벌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반헌법적이고 비윤리적이다. 반헌법적인 이유는 대부분 형사처벌 및 과징금·과태료 외에 재산형까지 가하는 것이므로 이중처벌이고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이기 때문이다.
비윤리적이라 함은 사고를 기화로 실손해 이상, 3~5배의 돈을 뜯어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서 손해배상액, 특히 신체 상해에 대한 치료비나 사망자 유족에 대한 손해배상금과 위자료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비판은 있어왔다. 사람 몸값이 아시아에서는 20만불, 미국 등에서는 200만불 정도라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차이는 경제력에 걸맞는 민사손해배상제도 자체에 대한 깊은 연구와 대안 제시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영국의 대헌장이나 권리장전, 프랑스의 인권선언 등 위대한 법률은 모두 국가나 국왕의 권력을 제한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들이었다. 한국 국회는 거꾸로 국민과 기업을 옥죄는 법률만 찍어낸다.
국가와 정부의 과도한 권한을 제한하는 법률, 제왕적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권력을 제한하는 법률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옥상옥(屋上屋)인 공수처법이나 만들고 수사에 대한 검찰의 개입을 강력하게 제약해 인권 보호에 후퇴를 가져왔다. 더구나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전에 없이 국가와 정부의 국민 생활에 대한 통제와 간섭이 심해지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 영혼이라도 팔 기세인 대통령 후보를 ‘사이다’라 하지 않으면 좋겠다. 국민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와 정부 기관의 권력 축소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후보가 진짜 ‘사이다 후보’다.
글/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