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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2020 르포] '고토회복' 정태호 대 '구관이 명관' 오신환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0.04.10 05:30 수정 2020.04.10 03:38

세 번째 대결 만에 양자구도 성립

정태호, 민주당 지지층 업고 훨훨

주민 인지도 측면에서는 오신환

'부동층' 표심 잡을 막판 한수 중요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는 민주당 정태호 후보와 미래통합당 오신환 후보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는 민주당 정태호 후보와 미래통합당 오신환 후보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대 총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민주당 정태호 후보는 비장하다.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지역에 당의 공천을 세 번째 받았다. 이번에도 패한다면 기회를 준 당원들을 볼 면목이 없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을 만나는 그의 모습에서 절실함과 절박감이 느껴진다. 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이해찬 대표가 이례적으로 캠프를 찾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김현철 전 대통령 경제보좌관 등 당내 인사가 아닌 지인들까지 지원사격에 나선 이유다.


절실함이 통했을까. 뉴스토마토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 지지율은 53.1%로 과반을 넘겼다. 경쟁자인 미래통합당 오신환 후보(32,5%)와의 격차는 20.6%p로 적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거의 유일한 이 지역 여론조사였다. 캠프에서는 조심스럽게 승리를 점치기 시작했다.


2015년 재보선과 2016년 총선과 달리 양강구도가 형성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시장에서 아들과 함께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한모 씨(66세 여)는 “전에는 국민의당 후보가 나와서 표를 갈라 먹었는데 이번에는 민주당 쪽에서 정 후보만 나왔으니 표가 모아지지 않겠느냐”며 “청와대에도 있었다고 하니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후보가 김성한 전 기아 타이거즈 감독과 함께 삼성시장의 한 약국에 들어가자 마치 동창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제가 다니는 교회 성도들의 명단과 연락처를 드리겠다”며 “후보가 일일이 전화해 지지를 당부하는 게 이렇게 힘들게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을 것”이라며 적극 지지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주민에게 명함을 전달하고 있는 민주당 정태호 후보 ⓒ데일리안 정계성 기자 주민에게 명함을 전달하고 있는 민주당 정태호 후보 ⓒ데일리안 정계성 기자

노무사·감정평가사·공무원 등 수험생들이 많은 대학동에서는 민주당 지지세가 확연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김모 씨(31세 남)는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이 다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래통합당이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대학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57세 남)는 “부동산 규제가 쎄다 보니까 주변 고시촌 건물주들은 아무래도 민주당이나 정 후보에 반감이 있고 중개인인 저도 피해가 없진 않다”면서도 “이제 3년 밖에 안 됐는데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정부에 시간을 더 줘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날 선거운동을 마치고 기자와 만난 정 후보는 “코로나 극복을 잘 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며 “느낌이 좋다. 더 겸손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인지도 측면에서는 현역의원인 오신환 후보가 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신원시장과 삼성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대부분 오 의원을 알고 있었으며, 지지여부를 떠나 악평을 하는 주민은 만나기 어려웠다. 그만큼 오 후보가 바닥민심을 잘 닦아왔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신원시장에서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신모 씨(61세 여)는 “작년에만 신원시장에 15회 이상 찾아온 걸로 기억한다”며 “상인연합회 행사 때 자주 얼굴을 비추고 뉴스에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시장상인 중에서는 오 후보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사람은 참 괜찮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주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미래통합당 오신환 후보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민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미래통합당 오신환 후보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관악을에 연고를 두고 있는 한 택시운전사는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하고 지역에 많이 얼굴을 비췄기 때문에 정 후보 보다는 오 후보가 인지도는 높다”며 “가족친지들이 모여서 정치이야기를 하면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것 같다. 누가 이기더라도 차이는 생각 보다 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선거 자체 보다는 재난지원금에 대한 선호도로 표심이 나눠질 가능성도 엿보였다. 대학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51세 여)는 “재난지원금이 상인들 사이에서는 화제인데 상위 30%는 못 받는다고 한다. 우리 같은 경우 맞벌이 부부라 해당이 안 된다고 해서 조금 억울하다. 상인들 사이 이런 주제로 이야기가 많다”며 “지급되는 돈이 결국 우리가 내는 세금인데 정부의 정책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부동층도 다수 감지됐다.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는 물론이고 특정 후보를 내심 점찍고 있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계층이 아직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투표는 논리나 이성 보다는 감성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막상 기표소 안에 들어가서 찍는 후보가 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마지막 투표함을 열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삼성시장에서 해산물 판매를 하는 강모 씨(46세 남)는 “두 후보 다 지역 토박이들이나 마찬가지고 세 번이나 나왔기 때문에 정감이 간다”며 “누굴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 기표소에서 도장을 들어야 내가 누굴 찍을지 알 것 같다. 주변에서도 각자 선호하는 후보는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하게 결정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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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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