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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동결…불안 속 숨고르기 지속(종합)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0.04.09 10:44 수정 2020.04.09 10:44

'코로나19 역풍 대응' 0.5%P 빅컷 인하 효과 관망

경기 침체 가속화 속 불어나는 대출까지 부담 가중

이주열 한국은헹 총재가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주열 한국은헹 총재가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앞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한 만큼, 당분간 시장에서의 효과를 살피며 관망세를 유지하겠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준금리를 유래 없는 0%대까지 떨어뜨렸음에도 코로나19 역풍 탓에 경기 회복 시그널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다, 이런 와중 가계와 기업의 빚만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현실은 한은에 지속적인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9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7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가게 됐다.


이번 한은 금통위의 판단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지난 달 25~31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관련 업무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한은이 이번 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한은이 코로나19 사태 대응 차원에서 이미 기준금리를 0%대까지 떨어뜨린 만큼,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금융권의 불안이 커지자 지난 달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내린 0.75%로 운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현재의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거의 접근했다는 측면도 동결 결정이 우세했던 배경 중 하나다. 실효하한은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의 경우 사실상 기준금리를 0%까지 내릴 수 없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감내할 수 있는 금리 마지노선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에 따른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최저 0.50%로 추정된다.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더 내리게 되면 곧바로 실효하한에 도달하게 되면서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기준금리를 크게 내렸음에도 경기 회복 심리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그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얘기다. 제로금리가 가시화 됐음에도 가계의 소비 심리와 기업의 경영 전망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수준까지 악화된 실정이다.


한은 따르면 올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4로 전월 대비 18.5포인트 하락하며,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닥친 2009년 3월(72.8) 이후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CCSI는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2003~2018년 장기평균을 기준값 100으로 삼아 산출된다.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장기평균에 비해 소비자 심리가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이런 기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전체 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4로 전달보다 11포인트 급락하며, 2009년 2월(52)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업황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아울러 저금리 심화 속 꿈틀거리고 있는 대출은 한은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대목이다. 코로나19의 후폭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렇게 불어난 대출이 향후 금융권의 부담을 크게 키울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달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9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이전 최대치는 바로 전달에 기록했던 9조3000억원이었다. 또 은행 기업대출 증가 규모도 5조1000억원에서 18조7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 역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액수다.


한편, 이번 달 금통위는 임기 만료를 앞둔 금통위원 네 명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정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일형·조동철·고승범·신인석 위원이 오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조만간 후임자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런 여건도 기준금리 동결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달 기준금리를 내린 터라 이번에 또 금리를 내리거나 추가 유동성 대책을 내놓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며 "금통위원 4명의 교체 전 마지막 금통위라는 점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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