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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1주기...한진그룹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4.08 06:00 수정 2020.04.08 04:44

국내 항공산업 발전 이바지했지만 작고 후 남매간 경영권 분쟁 발생

조원태 방어 성공했지만 장기전 돌입...코로나19로 대한항공 직격탄

경영 정상화 통해 리더십 공고히하고 재무구조·지배구조 개선 주목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갑작스럽게 별세한지 8일로 1년이 된다. 부친의 뒤를 이어 조원태 회장이 3세 경영에 나섰지만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는 등 한진그룹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조원태 회장이 일단 방어에 성공했지만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업계에 닥친 위기로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경영 위기를 맞고 있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1주기를 맞아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아들인 조원태 회장 등 그룹 임원진들만 참석한 가운데 간단하게 추모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4월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폐 질환으로 별세했다.


이날 추모 행사에는 조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KCGI와 반도건설 등과 손잡고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조 전 부사장은 자리에 함께 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이날 추모 행사 외에 조양호 회장의 1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은 지난 1949년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뒤 지난 1974년 대한항공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지난 1980년 상무를 거쳐 1992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대표이사에 오른 뒤 1999년 대한항공 회장에 이어 2003년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며 선친 조중훈 창업주에 이은 2세 경영을 주도했다.


특히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이념을 내세워 국내 항공 산업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지난 1997년 외환 위기와 2001년 9·11테러 등으로 인한 항공업계의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들며 국내 항공 산업의 성장을 주도했다. 또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을 창설하고 '항공업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역할을 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이와함께 대한탁구협회 회장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으며 스포츠 지원 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미 양국 관계 발전에도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그의 사후인 지난해 11월에는 한미 친선 비영리 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고 조 전 회장의 말년은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국내 1위 선사 한진해운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해운업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거쳐 지난 2017년 끝내 파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가족들에 의해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에 시달렸고 사상 처음으로 주주 손에 밀려난 대기업 총수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여기에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2018년 차녀 조현민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을 계기로 총수 일가 전체가 각종 불법·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온 국민의 공분을 샀고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며 사상 처음으로 주주 손에 의해 밀려났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별세 이후에도 한진그룹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장남인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지만 지난해 말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경영에 반대하며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과 손잡고 3자주주연합을 구축해 '조원태 퇴진,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개최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사실상 '완승'을 거뒀지만 3자 연합이 지분을 지속적으로 모으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미증유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도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선 운항 횟수가 90%가량 감소했고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공항에 그대로 세워져 있게 되면서 경영 악화에 직면했다. 이에 회사는 오는 16일부터 10월15일까지 6개월간 전체 직원 70%를 대상으로 휴업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고 항공업계 실적 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자신의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 정상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이사회 독립성 확보를 통한 그룹 체질 개선도 이뤄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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