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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대중문화 속 달라진 北②] "북한 미화” vs "긍정적 변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입력 2020.04.08 14:40 수정 2020.04.08 14:40

북한 생활상 반영한 작품 등장

시청자 반응 엇갈려

'사랑의 불시착' 포스터ⓒtvN '사랑의 불시착' 포스터ⓒtvN

지난 2월 tvN 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 장교와 남한 재벌녀의 판타지적인 사랑을 그려 화제를 모았다. 로맨스 외에도 눈길을 끈 부분은 북한 생활상이었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아랫동네’(남한) 물품들을 몰래 사고파는 장마당, 김치냉장고 개념의 ‘김치움’ 등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비교적 밀도 있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말 개봉해 8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백두산’에서는 북한 특수요원 리준평(이병헌 분)이 특전사 조인창(하정우 분)에게 드라마 '다모'의 결말을 물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 작품에서 북한은 늘 다뤄지면서도, 늘 새로운 콘텐츠로 다뤄졌다. 일반인들이 손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 북한을 적으로만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비교적 친근하고 가까운 존재로 그리려는 노력이 최근에는 눈에 띈다.


그러나 이렇게 영화와 드라마에서 친근하게 표현된 북한의 모습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작품 자체로만 보자는 반응과 북한을 미화해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맞선다.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탈북민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입장이 존재한다.


북한 인권 고발 영화 '사랑의 선물'을 만든 탈북자 출신 김규민 감독은 "작품에서 북한을 친근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어떤 득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생각하면 좋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타지적인 부분을 강조하면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북한의 인권 문제 역시 잊을 수 있다"며 "콘텐츠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하는데, 과연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않게끔 표현했는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몇몇 작품에서는 북한의 실제 삶을 일부분 다루긴 했지만, 북한 소재를 쓴 상업 영화에서는 북한의 실제 삶을 50% 이상 담지 않았다"며 “‘고증’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사랑의 불시착' 화면 캡처 '사랑의 불시착' 화면 캡처

반면, 또 다른 탈북자 출신 영화감독의 의견은 다르다. 그는 "연출자들이 북한 소재로 상업적인 콘텐츠를 만들 때 '북한도 사람 사는 곳, 북한 사람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관객, 시청자들이 공감한다. 무조건 적으로만 그리는 이분법적인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북한 콘텐츠를 한국 드라마와 비교하며 분석했다. 한국 작품에서도 비현실적인 장면이 많이 있듯, 북한 관련 콘텐츠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는 "북한 관련 콘텐츠를 다룰 때는 기획 의도에 따라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다“라며 "한국 드라마에도 가공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느냐. 북한 소재 작품도 비슷하다. 한 부분을 판타지적으로 다뤘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북한 미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상업적인 부분을 고려한다면 대중에게 끌릴 만한 콘텐츠를 선택해야 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JSA'를 언급한 그는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이야기인데 좋은 평가를 얻지 않았느냐. 대중문화 콘텐츠는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특히 한국 관객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려면 북한 소재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소재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때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는데 ‘평화와 화합’이라는 기본적인 상식을 지키고 작품을 제작한다면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공연·예술 전문가인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교수는 북한 콘텐츠가 주는 긍정, 부정 효과를 둘 다 언급했다. 강 교수는 "대중문화 속에서 달라진 북한의 모습이 남북 통합의 과정에서는 의미가 있다"며 "여러 작품을 통해 조금씩 변한 북한의 모습을 알아간다는 점은 괜찮다고 본다"고 짚었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나 인권 문제는 간과할 수 없다. 강 교수는 "대중문화 속 북한 콘텐츠가 상업적으로 확대되면 정권에 맞는 방향으로 미화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최근 들어 등장하는 북한 특수요원의 완벽한 모습은 우리 안보의 관점에서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중문화 속 북한의 모습과 관련해선 "상업 콘텐츠에서 북한의 실생활을 상세하게 다룬 건 ‘사랑의 불시착’이 거의 처음이라 화제가 된 것 같다“며 ”드라마에 나온 장마당이 북한에 있는 건 맞다. 드라마를 본 탈북자들도 신기해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실제 장마당은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다"며 "북한에선 감시와 통제가 일상적이라 드라마 속 장면처럼 낭만적이고 아기자기하지 않다. 이런 부분이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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